미용성형 의약품 원료인 ‘보툴리눔 톡신’의 출처를 둘러싼 국내 제약기업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소송전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증거 제출 명령으로 본격화했다. 두 회사는 상대방의 허위 주장을 입증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흔히 ‘보톡스’라고 불리는 주름 개선용 의약품의 주성분이다.

13일 메디톡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ITC 제소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현지 법무법인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이 “ITC 행정판사가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대웅제약의 보툴리눔균을 검증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관련 서류와 정보를 제공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송 당사자 중 한쪽이 보유한 소송 관련 정보를 상대방이 요구하면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ITC의 ‘증거개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메디톡스 측은 설명했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 메디톡스 제공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 대웅제약 제공
지난 2016년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미디어설명회를 열고 자사의 보툴리눔균 유전자 정보를 공개하며 대웅제약이 이를 도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메디톡스 제공

앞서 지난 1월 메디톡스는 다국적제약사 엘러간과 함께 ITC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대웅제약의 미국 내 판매 협력사)를 제소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균 정보를 도용해 ‘나보타(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명)’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이라는 세균이 분비하는 독성물질을 이용해 만든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제조에 쓰는 보툴리눔균은 자체 기술로 국내 토양에서 추출한 것으로 메디톡스의 균과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대웅제약은 ITC 증거개시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울러 대웅제약도 소송 당사자인 만큼 이번 절차에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균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측은 나보타 제조에 쓰인 보툴리눔균이 메디톡스와 다른 독자적인 원료라는 것을 입증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같은 내용의 민사소송을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국내 소송에선 법원이 지정한 제3의 기관이 양사 보툴리눔균의 포자 형성 여부를 검증할 예정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외에도 국내 20여개 기업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에서 승소하면 다른 기업들의 보툴리눔균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미 나보타 판매허가를 내준 마당에 이를 ITC가 뒤집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촉발된 양사의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대웅제약은 FDA에 나보타의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FDA에 나보타의 보툴리눔균 출처가 확인되기 전까지 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요청하는 시민청원을 냈다. 하지만 FDA는 나보타 관련 부정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지난 2월 대웅제약에 허가를 내줬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는 상황인데, ITC 제소로 한국 제품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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