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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의 오하요! 센다이] ‘트랙맨’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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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의 오하요! 센다이] ‘트랙맨’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입력
2019.05.14 08: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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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맨 5년 매달린 전문 전력분석원 2군까지 풀가동 


 #KBO리그에서 20년간 최정상급 좌타자로 활약하며 ‘국민우익수’라는 별칭을 얻은 이진영이 은퇴 후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화요일자에 ‘이진영의 오하요! 센다이’를 연재해 그가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코치 연수를 하며 겪는 체험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 1군에서 파견된 전력분석원이 선수들을 한 명씩 불러 타격 연습을 시키면서 뭔가를 열심히 측정했다. 물어 보니 트랙맨 전문 분석원이라고 했다. ‘트랙맨(trackman)’은 KBO리그에서도 낯설지 않은 장비다. 미사일을 추적하는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개발된 시스템으로 골프, 테니스 등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쓰였고, 야구에서도 내가 현역으로 뛰던 때부터 각 구단이 앞다퉈 도입했다. 투수의 구속과 회전수, 구종은 물론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의 거리)과 로케이션, 무브먼트, 각도, 타자들의 발사각 등 30여 가지 정보를 쏟아내는 ‘신 문물’이다.

라쿠텐의 트랙맨 전담 전력분석원(왼쪽)과 함께. 이진영 제공
라쿠텐의 트랙맨 전담 전력분석원(왼쪽)과 함께. 이진영 제공

이 곳 라쿠텐의 트랙맨 활용도는 남달랐다. 일단 20여명에 달하는 구단 전력분석원 중 트랙맨만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그날 파견 온 직원은 무려 5년 동안 트랙맨 공부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그리곤 주기적으로 2군에 와서 능수능란하게 선수들을 체크한다. 타자의 경우 스윙 스피드나 타구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투수는 공 회전수가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측정한 뒤 1군 승격의 잣대로 삼는다. KBO리그와 달리 2군 경기 성적이나 2군 감독의 평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걸 보고 놀랐다. 그렇게 측정된 결과를 바탕으로 베스트9을 제외한 1, 2군 엔트리는 수시로 교체된다.

아무리 좋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도 활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한국 야구에 ‘첨단 바람’이 불고 있다지만 이 곳을 보니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선수들은 타격폼이나 투구폼 변화에 민감한데 과학적인 데이터가 첨부되면 코칭스태프의 지도 방식을 불신하던 선수에게도 확신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구단 직원이 먼저 ‘트랙맨 전문가’가 된 것이다. 라쿠텐이 2군에까지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KBO리그 구단들은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 방대한 데이터를 받아 보고는 있지만 이를 활용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라쿠텐의 전력분석원은 주기적으로 2군에 내려와 선수들을 체크한다. 이진영 제공
라쿠텐의 전력분석원은 주기적으로 2군에 내려와 선수들을 체크한다. 이진영 제공

라쿠텐의 전력분석원들은 자기 파트만 있을 뿐 1, 2군의 경계가 없는 점도 한국 구단과 다른 풍경이었다. 1군에 있다가 2군에서 자신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며칠이고 2군에 머물며 반대로 2군에 있던 직원이 1군에 투입되기도 한다. 1, 2군을 구분 짓기보다는 유기적으로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전 KTㆍLGㆍSK, 야구대표팀 전력분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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