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유방과 고환이 커지는 등의 2차 성징이 비범하게 일찍 발현되는 증상을 성조숙증(Precocious Puberty)이라 한다. 여아의 경우 8세 이전,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면 성조숙증으로 진단될 수 있다. 남아에 비해 여아에게서 5~10배 빈번히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몇몇 질환과 성호르몬, 일부 약물이 증상 발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인과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939년 5월 14일 페루 피스코의 한 병원에서 남자 아이를 분만한 5세 산모 리나 메디나(Lina Medina)의 사례는 성조숙증의 가장 극단적인 예로 꼽힌다. 피카르포라는 마을의 은세공인 티부렐로(Tiburelo)는 딸 리나의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게 종양 탓이라 여겼다. 마을 샤먼에게 치유를 맡겼으나 가망이 없자, 인근 도시인 피스코의 한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 헤라르도 로사다(Gerardo Lozada)의 진단은 리나가 임신 7개월째라는 거였다. 의사도 보호자도 믿어지지 않아 수도 리마의 의료진에 재진을 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리나는 헤라르도 등 의사 세 명의 제왕절개 수술로 2.7kg의 남자 아이를 분만했다. 다행히 두 아이- 산모와 아이-는 건강했다.
리나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도 모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은 아버지 티부렐로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그가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증거가 없어 풀어 주었다고 한다. 페루를 비롯, 여러 나라 언론사가 사례금을 걸고 인터뷰를 청했으나 티부렐로 일가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리나와 아이는 의사 헤라르도의 도움으로 교육받으며 그의 아동내분비학 연구에 협력했다. 헤라르도에 따르면 리나는 3세 때부터 규칙적인 생리를 시작했고, 임신할 무렵에는 이미 유방과 골반이 발달한 상태였다. 리나는 1970년 초 결혼해 39세이던 72년 둘째를 낳고, 리마 인근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의 이름에서 따와 헤라르도라 불린 첫째는 만 40세이던 1979년 골수염 합병증으로 숨졌다.
자연분만 사례로는 역시 페루의 만 9세 소녀 힐다 트루히요(Hilda Trujillo)가 1957년 12월 16일, 약 2.72kg 여아를 분만한 예가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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