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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9.05.1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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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행정안정부 장관(왼쪽)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과 지방이양일괄법, 자치경찰체 등 자치분권 관련 법안의 처리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진영 행정안정부 장관(왼쪽)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과 지방이양일괄법, 자치경찰체 등 자치분권 관련 법안의 처리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출범 당시 지방자치 현장과 학계에서는 획기적인 자치분권으로 침체된 대한민국이 새로운 발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방의 다양성과 자율성, 창의성을 통해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의 열정이 회복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역대 정부도 지방분권이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선결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역대 정부가 제시했던 거창한 지방분권정책은 정권초기의 명분이나 구호에 그치고, 중앙집권적인 사고와 기득권층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쳐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김대중 정부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지방재정 확충,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등과 같은 자치권의 확보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출범 당시에는 한결같은 목소리로 자치분권을 핵심과제로 제시하지만, 임기 중반부터는 추진동력을 잃고 대통령과 정치권의 관심도 멀어지면서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전철이 20년 가까이 되풀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하에 주민과 함께하는 정부, 다양성이 꽃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해 경찰법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담긴 33개 과제를 제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31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정부입법형태로 발의한 것도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할 대목이다.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를 10% 인상키로 결정한 것도 주요한 실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성과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우선, 2017년 국회 여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이 아직도 지연되고 있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여부도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국회 여건을 감안할 때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에 주민주권의 개념을 명시하고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담겨져 있지만, 자치분권이 여전히 광역자치단체 중심으로 권한이양이 추진되고 있어 ‘보충성의 원리’를 주창하는 기초자치단체의 불만도 팽배해 있다.

3ㆍ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성장(inclusive growth)’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강조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의 대상으로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뿐만 아니라, 정책결정과정에 소외된 시민과 ‘지방’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정운영시스템은 국민주권에 기반한 중앙집권적 통치체제가 근간을 이루어왔다면, 자율과 창의성이 관건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주민주권에 착근한 자치분권체제로 전환되어야 중앙에서 소외된 지방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치분권을 통한 포용국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화 방안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이나 미사여구에서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피폐해진 주민의 마음을 달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접근이 필요하다. 자치와 분권은 구호나 명분이 아니라 삶이고 일상이기 때문이다.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ㆍ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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