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대구ㆍ경북지역 규탄대회에 참석해 나란히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정권 출범 2년, 정치 복원의 자리를 정치 혐오와 적대가 대체하면서 정치는 기존의 패턴으로 빠르게 복귀했다. 1987년 민중항쟁의 결과 제도권의 기득권 세력이 과실을 나눴듯이 2017년 촛불 승리의 과실은 정치권의 ‘그들만의 리그’ 몫이었다. 적대하는 세력의 공생 구도가 부활했고, 유권자는 기득권 양대 정당으로 수렴 중이다.

국회에서 선거제 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지정됐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구 이해가 걸린 국회의원들의 이탈 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도 양극단의 정치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시민의 배제가 일상화되고 혐오 정치가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은 탄핵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탄핵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그러한 정당이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에 국회법에 따라 처리된 패스트트랙 처리에 사과하고, 원천 무효를 선언하라고 윽박을 지르고 있다. 이를 명분으로 장외 투쟁과 전국민생투쟁 대장정을 시작했다.

한국당은 좌파독재 타도, 헌법수호, 의회 쿠데타 등의 용어를 동원하여 적대와 혐오를 극대화하고 있다. 왜 문재인 정부가 좌파독재이며 패스트트랙이 쿠데타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납득되지 않는 구호와 삭발 등 극한 투쟁이 지지층 결집에 한몫하고 있다. 탄핵 이후 궤멸 상태이던 한국당의 지지율이 30%를 넘었으며, 민주당과의 지지율은 좁혀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투쟁의 성과치고는 기대를 뛰어넘는 ‘대박’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를 주말마다 열고 있다. ‘규탄’은 정당 간 공방과 정치 논쟁의 언어가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 정권 보위용 관제 집회에서나 어울리는 단어다. 한국당 지도부의 언어들은 단순히 정치적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수사의 차원을 넘는 ‘일탈된 확신’에 기반한 발언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추론마저 들게 한다. ‘죽음’과 ‘피’ ‘목숨’을 거는 투쟁 등의 단어는 협상의 여지를 봉쇄하며 반정치주의를 부추긴다. 한국당 장외 집회에 등장하는 ‘친문독재 결사항전’은 태평양 전쟁의 패색이 짙어질 때 옥쇄 작전을 폈던 일제의 군국주의에서나 어울리는 극단적 용어다.

이러한 극한적 단어와 투쟁은 당내 결속을 가져왔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 확립에 기여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외부에 혐오의 대상을 설정하여 탄핵 관련 친박ㆍ비박의 당내 갈등을 일거에 잠재우고, 적대와 편향을 증폭시켜 지지자를 끌어 모으는 낙후한 정치 행위의 전형이다.

그러나 ‘정치’는 극단을 경계해야 하며, 시대정신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과 자기 성찰을 전제로 한다.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헌법 절차에 따른 박근혜 탄핵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순리다. 5ㆍ18 민주화운동을 욕보인 망언과 세월호 참사 막말에 대해 분명한 당의 입장을 끌어내는 용기와 양식이 있어야 한다.

한국당의 행보는 태극기부대의 지지와 동의를 받을지는 몰라도 건강한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적대와 혐오 정치의 딜레마다. 혐오로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하고, 적대로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반정치의 정치가 독점적 정당 구도를 공고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양극단의 정치 세력의 권력 독점에 기여하는 체제를 언제까지 지속하려는가.

청와대와 내각, 공직자와 법조인 출신 등이 과다 대표되는 지금의 정치 충원 구조는 다양한 시민의 직군을 대표하지 못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치의 최소한이 정치 개혁이며, 선거제 개편이다. 제1야당이 혐오의 정치를 부추겨서 형해화되고 있는 정치를 더욱 탈정치화시켜서야 되겠는가. 한국당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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