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을 앞둔 국면에서 검찰이 지난 10일 강신명ㆍ이철성 전 경찰청장에 대해 불법 정치 개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놓고 검경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의도적인 ‘경찰 망신 주기’라고 반발하고 있고, 검찰은 “수사권 조정과 무관한 중대범죄”라는 입장이다. 전직 경찰 수장들에 대한 영장 청구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지만 이번 기회에 ‘정보 경찰’의 폐해와 대책에 대해서는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정치ㆍ선거개입 혐의는 우리 사회가 기반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를 자아낸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경찰청장과 차장이었던 이들은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당시 정부ㆍ여당에 비판적인 세월호 특조위와 국가인권위원, 진보교육감 등을 사찰하고 견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권 수호 역할에 충실했던 권위주의 시절의 일그러진 경찰 모습을 그대로 답습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경찰로서는 오랜 관행인 정보경찰의 여론 동향 파악을 지금 이 시점에서 부각시키는 데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이를 악용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전혀 근거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경찰도 잘못된 관행과 작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 비대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보경찰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현 정부 들어 경찰이 정보활동 개념을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 및 대응 관련 활동’으로 구체화하고 활동 범위를 명문화하는 등의 개선 작업을 해온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 정보 수집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와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 등의 후속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수집 업무 중지로 경찰 정보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은 정보경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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