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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킨 인 더 게임

입력
2019.05.12 18:00
수정
2019.05.12 19: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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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인 더 게임’은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가 쓴 책 제목으로 최근 한글판이 출판됐다. 그 말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워런 버핏이 자신의 투자를 지칭하며 유명해졌는데, ‘자신의 살덩어리’를 판돈으로 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한 투자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래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등장인물인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제공한 그 유명한 저당물이 어원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 최근 문재인 정부 2년을 맞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두고 우리나라 경제학계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성장정책을 중시하는 ‘서강학파’는 현 정부의 정책이 기본 전제부터 잘못됐다며, 무모한 경제 실험이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정부 경제정책의 이론 틀을 제공한 ‘학현학파’는 불평등 축소 노력이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이론은 여전히 타당하며, 과도기 혼란에 정부가 재벌개혁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이 둘의 공방은 생생한 현장 증거보다는 통계 등 전문 용어 다툼으로 흐르며, 17세기 조선의 ‘예송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 탈레브가 본다면 ‘스킨 인 더 게임’을 회피하는 책상물림 학자들의 한계를 꼬집을 것이다.

□ 탈레브는 평범한 대다수 사람은 본능적으로 ‘스킨 인 더 게임’의 중요성에 대해 민감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대체로 ‘스킨 인 더 게임’을 정면 돌파했던 인물들이다. 군부독재에 목숨을 걸고 맞섰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과 지역감정 돌파를 위해 낙선을 무릅쓴 노무현 대통령도 국민들이 ‘바보’라며 존경했다. 이후 대통령들 역시 진위를 떠나 ‘신념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설득하는 데 성공해 대통령이 됐다.

□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좌파 중에 정상적으로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스킨 인 더 게임’의 중요성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정치 감각을 갖췄음을 보여준 발언이다. 하지만 그 주장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칼이라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평생 관료였던 사람이 과연 ‘스킨 인 더 게임’에 노출된 적이 있었을까. 황 대표는 이제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도전에 나서야 한다. 그 도전은 온 국민이 인정할 만한 어려운 과제여야 한다. 상대의 잘못에만 편승해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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