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 억류되어 있던 40대 한국인 여성이 10일 프랑스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구출됐다. 프랑스군의 작전은 지난 1일 부르키나파소 남부와 접한 베냉의 펜자리 국립공원에서 납치된 자국민 2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먼저 납치됐던 한국인과 미국 여성 한 명도 함께 풀려났다. 인질 모두 무사해 천만다행이지만 작전 중 무장세력의 총격으로 프랑스 특수부대원 2명이 희생됐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인질 구출에 헌신한 이들에게 사의와 애도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분쟁 지역 등에서 한국인이 무장세력에 납치되는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처럼 한 달 가까이 억류돼 있다 구출될 때까지 납치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통상 관련 정보를 가족 등 주변의 신고, 정보기관의 첩보, 외신 보도 등을 통해 파악하거나 뒤늦게라도 납치범의 요구 등으로 알게 되지만 이번에는 그 어떤 신호도 없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당국의 발표를 보면 미국 정부 역시 구출된 미국인의 억류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전을 벌인 프랑스 특수부대조차 구출 과정에서 프랑스인 이외의 억류자를 알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해외 여행객 2,400만 시대에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외교 당국의 노력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구출된 한국인과 미국인은 부르키나파소에서 베냉으로 넘어가는 검문소 인근에서 납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부르키나파소 남부에 황색 경보를 발령해 ‘여행 자제’를 권고한 상태이지만 베냉에는 아무 경보도 발령하지 않았다. 베냉 펜자리 국립공원 일대는 이슬람 무장세력이 활동하는 데다 자연공원으로 인기가 있어 프랑스 정부가 진작 여행금지 조치를 내린 지역이다. 나아가 출국 과정에서 위험 지역 단신 여행자로 파악된 경우 연락망 확보 등의 적극적인 안전 대책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인질로 구출된 자국민이 당국의 경보에도 불구하고 여행한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외무장관도 “그들이 왜 거기에 갔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여행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누리는 시대에 우선해야 할 것은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킨다는 개개인의 책임 의식이다. 당국이 위험 지역으로 경고한 곳을 여행하는 것은 자신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타인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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