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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조현병 환자의 인권과 공공의 안전

입력
2019.05.1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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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이 지난 19일 오후 치료를 받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진주=전혜원 기자
진주 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이 지난 19일 오후 치료를 받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진주=전혜원 기자

병원에서 피살당한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범죄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은 계기는 단연 진주 방화살인사건일 것이다. 왜 입원 치료 관리가 필요했는데 방치되었을까? 순식간에 조현병 환자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며 사법입원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입원 거부 환자, 보호인가? 규제인가?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며 강제입원 요건이 강화되었다. 환자 본인이 거부할 경우 입원 절차가 행정적으로 과도하게 복잡해진다. 당시 의사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환자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고 치료시설의 “사설감옥화”와 같이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을 “사설감옥”으로 이용한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법 시행 후 강제입원 비율이 대폭 감소했지만 입원 환자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일부 환자의 인권은 보호했으나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과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예방하지 못한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소수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체를 규제하려 한 결과다.

국내 조현병 환자가 50만명으로 추정된다니 아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환자와 그 가족은 어림잡아도 200만명에 이른다. 환자 본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공공은 인권을 넘어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입원치료를 어렵게 한 “선의”가 오히려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은 아닐까. 환자의 관리와 보호를 온전히 가족의 책임으로 강제한 것은 아닌가? 이로 인해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 것은 아닐까? 이것이 탁상공론과 전형적인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네거티브 규제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병, 조현병

조현병에 평생 한 번 이상 걸린 사람의 비율이 1%에 이르며 진료환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관리가 가능하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 의학계의 소견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타인에 대한 위협, 폭력 등을 수반한 증상은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전체 인구의 범죄율 대비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30분의 1에 그쳐 오히려 훨씬 낮다. 이미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혐오와 낙인찍기가 아니다. 잘못된 인식과 편견은 환자들의 자의적인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가족들 고통을 국가, 사회가 나눠야 할 책임

최근 일련의 사건은 사회와 국가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당장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곳은 전체가 아닌 소수의 편집성 환자들에 대한 직접적 관리 강화이다. 피해망상으로 인해 강력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한 이들을 국가가 밀착해서 살피고 제때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이다. 즉 입원관련 법률 정비와 사회적 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으나 개인 차원에서 통제가 되지 않는 부분은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 개인의 인권과 몇몇의 부당 입원 사태를 막기 위해 모두를 규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 오히려 환자의 치료와 관리, 가족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현실적 악법으로 나타났다. 숨죽여 살아내는 가족들 입장에서의 정책 구축과 집행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진정한 인권은 이해관계자와 당사자 모두의 균형이 필요하다. 인권은 모두가 천부적이며 동일한 것이다. 조현병 환자들의 기본권과 공공의 안전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때다. 오히려 묻힌 가족들의 고통과 부담을 사회와 나누는 정책과 눈길이 필요하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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