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등서 첫 듀오 리사이틀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오른쪽)과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찾은 네 작곡가(라벨과 시마노프스키, 블로흐, 슈트라우스)의 공통점은 “변덕”이다. 19세기 후반의 시대적 배경을 담아낸 듯한 예측할 수 없는 음악이 이번 공연의 묘미란다. 홍윤기 인턴기자

“평소엔 연주도 여행도 콰르텟과 함께 하니, 혼자가 되면 자유로워지죠. 외롭기도 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한층 자유로워져요. 현과 현의 음색보다 현과 건반의 음색을 맞추는 범위가 더 넓어지기도 하고요.”(김재영)

“전 아무래도 독주 악기이다 보니까 누구랑 함께 무대에 서는 게 훨씬 든든하고, 덜 떨려요. 오케스트라 협연과는 또 다르게 믿는 사람과 무대를 만든다는 건 정말 특별한 느낌이에요.”(문지영)

자유로움 혹은 든든함. 평소엔 독주자로, 현악4중주단의 멤버로, 오케스트라 협연자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와중에도 듀오 무대가 주는 특별함이 있다. “대화 방식과 음악에 대한 접근이 자연스럽게 잘 맞아” 연주를 하면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두 사람,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4)과 피아니스트 문지영(24)이 첫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후기 낭만주의와 현대음악의 경계에 서 있는 네 작곡가의 곡을 엮었다. 1970년대에야 악보가 발견된 라벨의 ‘유작 소나타’를 비롯해 시마노프스키, 블로흐, 슈트라우스의 곡을 연주한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김재영은 “연주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 곡을 선정했다고 했다. 김재영은 ‘덜 알려졌지만 아름다운 곡을 찾아내는 귀신 같은 능력’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19세기 후반은 경제ㆍ문화적으로도 혁명기였죠. 같은 시기에 태어났지만 각기 다른 곳에서 활동했던 작곡가들이 서로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연주예요.”(김재영)

피아니스트 문지영(왼쪽)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이 첫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홍윤기 인턴기자

두 사람은 ‘학구적’이라는 점도 닮았다. 인터뷰 도중 김재영은 ‘브람스 평전’을 문지영에게 추천했고, 문지영은 ‘라벨과 삶의 음악’을 읽은 소감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번 연주회에서 문지영은 4곡을 모두 처음 연주하지만, 걱정이나 두려움보다 새로운 곡을 배운다는 설렘이 더 크다.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다 새로 배워야 하는 곡들이에요. 작곡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때도 있고 음악적으로 느끼고 아는 게 많아지니까, 이런 기회가 왔을 때 꼭 무대에 서고 싶어요.”(문지영)

탄탄하게 쌓아 올린 연주력은 이들에게 ‘한국인 최초 우승자’라는 수식어를 일찍이 안겼다. 김재영이 리더로 있는 노부스 콰르텟은 ARD 국제 콩쿠르 2위(2012),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2014) 등을 통해 한국에 실내악의 싹을 움트게 한 주인공이다. 문지영은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콩쿠르(2015)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들은 세계적 콩쿠르 우승으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 주역들이지만, ‘타이틀’보다는 연주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했다. “저희는 콩쿠르에 나가 이름을 알려야 하는 세대였지만, 이제 더는 한국 사람이 우승하지 않은 콩쿠르가 없을 정도예요. 이제 좋은 인재들을 후원하고, ‘콩쿠르 우승’이라는 수식어가 없더라도 연주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조금씩 늘어나면 좋겠어요.”(김재영)

두 사람은 14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에 이어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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