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ㆍ강경화ㆍ김연철 등과 잇단 면담에도 공개 발언 자제
비핵화 워킹그룹 회의에서 북한 무력시위 대응 집중 협의
한국과 미국이 10일 서울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현안들을 다루는 워킹그룹(실무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당초 핵심 의제로 거론되던 대북 식량 지원 방안보다 전날 벌어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문제가 더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식량 지원에 힘을 보태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유도하고 생색도 내려던 미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돌발 악재로 난감해지자 공개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대표가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연이은 북한 무력 시위의 배경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집중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이 확정되면 실천 방안을 논의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양측이 북한의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최근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한 공조 방안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이 일을 벌이기 전 따로 만나 아침을 함께 먹은 두 수석대표는 이날 회의 도중 밖으로 나가 별도 회동도 가졌다.
비건 대표는 취재진을 상대로 완전히 입을 닫았다. 당초 회의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할 때 모두 발언을 공개하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이 본부장과 함께 약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전부 취소했다. 오후 일정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면담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만나 한반도 정세 관련 의견을 교환했지만 언론과의 접촉은 철저하게 피했다. 이에 아직 미국의 입장이 완전하게 정리되지 않아서라거나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외교 소식통은 “가뜩이나 사이가 나쁜 상황에서 동냥하듯 상대방을 자극하다 동티가 났으니 강경하게 대응하기도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어떤 말을 해도 트집 잡힐 상황인 터라 침묵으로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 한 듯하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매우 우려된다”는 강 장관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도발에도 아직은 미국의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의미이다.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미가 긴밀하게 공조하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두 사람이 공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비건 대표가 한국을 찾은 건 합의 없이 끝난 2ㆍ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처음이다. 8일 입국한 비건 대표는 3박 4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1일 워싱턴으로 돌아간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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