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KBS 대담에서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하고 자유한국당 등 야 4당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여 경색정국의 출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당초 패스트트랙 등 민감한 정치 현안을 배제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국한된 대표회담을 제안했으나 야당이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반발하자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 회담으로 선회했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어 회담이 최종 성사될지는 미지수이고 성사돼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회 파행 방치는 정치권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만큼 여야 모두 작은 불씨라도 살려나가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한미 정상이 대북 지원을 합의한 뒤 북한이 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지원을 하려면) 국민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식량지원에 남북협력기금을 쓰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회담 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11월 출범한 여야정 협의체가 지금껏 실종된 것을 아쉬워하며 협치를 위해 야당이 협의체 복원 재개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대표회담의 의제를 대북 지원으로 한정했으나 여야정 협의체를 다시 열어 모든 현안을 논의할 뜻을 비친 셈이다.
하지만 야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북 지원으로 의제를 제시한 이상 청와대가 생색내는데 들러리를 설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회담은 환영하면서도 의제 제한을 문제삼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제1 야당이 들러리서는 협의체가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가 실질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이견을 조정하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다른 야당도 여야 회담과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의제 개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청와대는 발빠르게 야당 요구를 수용, “대북 지원과 함께 다른 현안도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파행을 계속 방치할 경우 집권 3년차 국정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의 반영이다. 이런 장외투쟁에 올인한 한국당 등 정치권도 비슷한 절박함과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여야 대화의 첫발을 뗐으니 대화의 형식 등에 구애받지 말고 통큰 정치를 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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