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영 건국대 교수 10일 심포지엄에서 주장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전제 조건을 두고 학계 내부에서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초 소득주도성장론에 비판적인 학자들이 “’임금 상승률이 경제성장 속도에 못 미친다’는 잘못된 가설을 근거로 삼아 오히려 분배 악화와 고용난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자, 반대편에서는 ‘기초적인 전제는 틀리지 않으며, 정책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10일에는 급기야 “대립 중인 양 진영 모두 근거가 잘못됐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10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최근 박정수 서강대 교수가 제기한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반박을 재반박했다.
앞서 박정수 교수는 지난 1일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논문에서 “한국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취업자당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는 주장은 해석상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는 곧바로 ‘소득을 올려 성장을 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으로 해석돼 학계 안팎에서 파장이 일었다.
박정수 교수는 논문에서 박종규 현 청와대 재정기획관이 2013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시절 내놓은 보고서(한국경제의 구조적 과제: 임금 없는 성장과 기업저축의 역설)를 거론하며, “분석에 사용한 통계가 부적절해 '실질임금 상승이 상대적으로 정체됐다'는 가설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규 기획관은 보고서에서 “2007년 이후 실질임금 증가율이 취업자당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아 ‘임금 없는 성장’이 확인됐다”고 밝혔고 이는 곧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 하지만 박정수 교수는 “실질임금 증가율과 명목GDP 성장률을 산출하는 물가지수가 다르고 동일한 물가지수로 비교하면 경제성장률과 임금증가율 간의 괴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다시 박종규 기획관이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론으로 연구에는 오류가 없다”고 재반박하면서 학계에선 때 아닌 소득주도성장 이론 공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주상영 교수는 박정수 교수와 박종규 기획관의 연구가 모두 잘못됐다고 다시 지적하고 나섰다. 상반된 결과를 도출한 두 연구가 모두 한계가 있는 자료를 사용했다는 게 핵심이다.
주상영 교수의 연구 결과는 명목 기준으로 상용근로자(5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이 경제 전체의 성장 속도에 따라 올라가 박종규 기획관의 결과와 다른 한편, 상용근로자 임금의 구매력은 별로 오르지 않아 박정수 교수와의 지적과도 상반된다. 주상영 교수는 다만 박종규 기획관과 박정수 교수 모두 기초 통계로 사용한 ‘상용근로자’ 대신 임시ㆍ일용직 근로자 및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자료를 활용했고, 그 결과 명목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상대적으로 뒤쳐졌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는 임금이 생산성 향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얘기로, 소득주도성장론의 기본 전제에는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다.
주상영 교수는 다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정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학파의 이론으로 협소하게 인식돼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쟁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중심으로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와 분배경제학을 가르친 학현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라 균형성장론을 지지하는 진보 경제학자들인 '학현학파' 간의 공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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