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은메달 이후 고질적 무릎 부상에 휴식기
재활훈련에도 몸 상태 안 올라오자 16일 은퇴식 결정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빙속 여제’ 이상화(30)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신었던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 이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휴식기를 가졌던 이상화는 10일 소속사를 통해 은퇴 사실을 밝혔다. 이상화가 빙판을 떠나면서 ‘밴쿠버의 여인’들은 이제 모두 역사로 남았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한국이 따낸 6개의 금메달 가운데 2개를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와 ‘피겨 여왕’ 김연아(29)가 각자 종목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따냈다. 이상화는 4년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를 차지했고, 김연아는 은메달 획득 후 은반을 떠났다.
김연아가 떠난 뒤에도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까지 질주를 이어갔던 이상화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 1~2년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지만 재활 훈련으로도 몸 상태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올라오지 않아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화는 오는 16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은퇴식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은퇴 배경 및 선수 생활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은석초등학교 1학년 때 친오빠 상준씨를 따라 스케이트장을 갔다가 빙상에 입문한 이상화는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출전한 동계체전에서 500m와 1,000m를 석권하며 한국 빙상의 미래로 떠올랐다.
휘경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4년 겨울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가기 시작한 이상화는 이듬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500m 동메달로 첫 메달을 장식하면서 단거리 전문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엔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해 큰 일을 낼 뻔 했다. 마지막 조 경기를 남겨두고 3위에 올라 여자 빙속 사상 첫 메달이 눈앞에 보였지만 마지막 레이스를 펼친 2명이 모두 이상화보다 앞선 기록을 내면서 5위에 만족해야 했다.
아쉬움의 눈물은 4년 후 밴쿠버 올림픽에서 씻었다. 당시 500m 최강자였던 예니 볼프(독일)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2011년 잠시 슬럼프에 빠졌지만 이상화는 2012년부터 세계 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012년과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500m 2연패를 차지했고, 2013년 500m 세계신기록을 혼자 네 차례나 갈아치웠다. 2013년 1월 ISU 월드컵 대회에서 36초90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뒤 그 해 11월 36초74, 36초57, 36초36까지 줄였다. 36초36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불멸의 기록이다. 여세를 몰아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선 37초28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이상화의 상승세는 2016년부터 뒤늦게 꽃을 피운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등장으로 한풀 꺾였다. 고다이라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출전하는 대회마다 이상화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평창에서도 둘의 맞대결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고다이라가 36초94로 37초33을 기록한 이상화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레이스를 마친 뒤 둘이 나눈 우정의 포옹은 평창올림픽 감동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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