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0일 차기 검찰총장 선임을 위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위원장에 정상명 전 검찰총장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현 문무일 총장의 임기 만료가 7월 24일인 점,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감안하면 예정된 수순이긴 하지만,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문 총장이 막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려던 시점이란 점에서 ‘문 총장 힘빼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가 이날 공개한 후보추천위원회는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당연직 위원은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박균성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비당연직 위원으론 정 전 총장을 비롯, 김이택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촉됐다.
법무부는 추천위 구성에 대해 “보통 총장 임기 만료 두 달 정도 전에 위원회를 구성해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 총장 임기가 75일 남은 시점에 추천위 구성이 발표되는 건 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 재임 중에는 임기 종료 50여일 전에야 후보추천위가 구성됐다. 그에 비하자면 한달 정도 빨리 추천위가 구성된 셈이다.
여기다 추천위 구성 발표 시점도 묘하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 때문에 해외 출장 일정을 줄이고 급거 귀국한 문 총장은 다음 주중인 14일이나 15일쯤 출입기자간담회를 열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개별 쟁점을 두고 경찰과 투닥거리는 모습보다 검찰 입장에서 바람직하다 생각하는 전체적인 그림을 공개하리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추천위는 당장 다음주 월요일인 13일부터 국민 추천 절차에 들어 간다. 개인뿐 아니라 법인, 단체 등 누구나 법무부장관에게 서면으로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할 수 있다. 검찰청법 규정에 따라 제청 대상자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 외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구체적 인물이 아니라 검찰총장 제청 자체에 대한 의견도 낼 수 있다.
추천위는 국민 추천을 포함, 여러 후보자들을 두고 검찰총장 적격 여부를 심사한 뒤 법무부장관에게 3인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법무부장관이 그 가운데 1명을 후보자로 제청,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명하게 된다. 이렇게 분위기가 ‘차기 총장이 누구냐’로 넘어가게 되면 아무리 문 총장이 구체적 구상을 밝힌다 해도, 자연스레 문 총장보다는 차기 총장의 입장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것이란 예상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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