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지난해 1% 수준에 머문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등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콘퍼런스’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디폴트 옵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등 연금상품의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운용수익률은 1.01%로,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실질적으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 다른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정하고 자금을 굴리는 것이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미국이나 호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퇴직연금 가입 초기에만 운용지시를 하고 이후에는 별다른 결정을 하지 않는 등 무관심으로 불이익을 보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수익률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도입 시기를 못박긴 어렵지만 퇴직연금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논의가 잘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제도 개선의 또 다른 방편인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특정 금융사와 퇴직연금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기금을 운용하는 전문 위탁기관에 자금을 맡기는 형태다. 이렇게 되면 연기금처럼 대규모로 자금을 굴릴 수 있어 투자 방식이 다양해질 수 있다. 고용부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해 근로자퇴직연금법 개정안을 지난해 4월 발의했지만 국회 계류 상태다.
금융위는 연금 가입자가 더 나은 상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통합연금포탈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은개인이 가입한 퇴직연금 계좌 현황과 금융사별 운용수익률ㆍ수수료 정보를 비교해 제공하고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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