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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박사인데… 여성 3800만원 vs 남성 5600만원 ‘커지는 연봉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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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박사인데… 여성 3800만원 vs 남성 5600만원 ‘커지는 연봉 격차’

입력
2019.05.11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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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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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과정을 마치고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았어요. 아이 키우랴, 공부하랴 치열하게 살았는데 박사 학위 취득하니 나이가 30대 후반이더라고요. 4년째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데 여전히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법니다. 박사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요….”

수도권의 한 사립대 경제학 강사 김연희(가명ㆍ40)씨의 자조(自嘲)다.

알파걸, 골드미스, 슈퍼우먼 등으로 불리는 여성박사들이 유리 천장에 부딪혀 질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임금차별을 겪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가 1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가운데, 고학력 여성들이 겪는 임금 불평등 문제는 좀체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소득불평등과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전방위적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2018)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남성 398만1,000원, 여성 254만4,000원이었다. 남녀 간 평균 임금 격차는 36.1%(143만7,000원)에 달한다. 남성의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은 63만9,000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임금 격차는 1999년(37%)에 비해 겨우 0.9%포인트 개선된 수치다. 통계청의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및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원자료(1999~2017년)를 분석한 결과다.

문제는 여성들이 학력 수준을 높이는 등 자기 개발에 투자해도 높은 임금을 받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졸 이상 남녀의 임금 격차는 1999년(24.8%) 이후 2011년(32.2%), 2014년(33.7%), 2017년(32.0%) 등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반면 중졸 이하 저학력 여성의 경우 1999년(41.4%) 이후 꾸준히 격차가 감소했다. 2017년에는 34.0%로 18년 동안 격차가 7.4%포인트 줄었다. 직종별로 봐도 전문직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17년 37.9%로 1999년(22.0%)보다 15.9%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 부연구위원은 “남성 카르텔이 견고한 고학력ㆍ전문직 일자리일수록 여성의 진입도 어렵지만 막상 취업을 해도 결혼ㆍ육아로 경력이 단절돼 노동시장 중심부에서 밀려 나면 돌아오기 어렵다”며 “수학과 석사까지 해도 학습지 교사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박사학위 취득자 성별 평균임금. 그래픽=박구원 기자
박사학위 취득자 성별 평균임금. 그래픽=박구원 기자

박사 학위를 소지한 ‘초고학력 여성’들도 이 같은 추세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국내 신규 박사인력 노동시장 이행실태’ 보고서(2017) 를 보면, 2015년 8월~2016년 2월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7,938명을 살펴보니 여성의 평균 연봉은 3,874만원으로 남성(5,595만원)의 약 69.3% 수준이었다. 직장생활 병행 없이 학업에만 전념한 박사 학위자로 한정하면, 여성(2,670만원) 평균 연봉은 남성(4,334만원)의 61.6%로 더 떨어진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업전념자 중 남성은 61.2%가 상용직에 취업한 반면 여성은 58.1%가 임시직을 얻었다는 점은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여성 박사들이 정규 교원이 아닌 시간강사 등 임시직으로 일하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수 사회에서는 아직도 여성 채용을 꺼리는 관행이 남아 있다”며 “힘들게 박사 학위를 따도 교수 자리를 얻는 게 어렵다 보니 여성 박사들이 임금도 적고 고용도 불안한 시간강사에 몰리는 일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여성 박사들의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선 좋은 일자리 진입과 유지를 돕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난주 여정연 부연구위원은 “국공립대학의 경우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해 일정 비율의 성(性)을 꼭 뽑도록 강제하고 어길 시 벌금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공시제를 도입해 성별, 직급, 고용형태, 경력 등에 따른 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패널티를 주는 일종의 ‘동일임금 인증제’도 해법으로 제시된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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