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함께 만든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왼쪽부터), 김병기 감독, 이철재 시민기자. 이종호 사진가 제공

“결국 그분은 저희의 초대에 응하지 않으셨습니다.” 감독의 이야기에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눈길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텅 빈 좌석에 종이 팻말로 붙여 놓은 이름, ‘이명박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의 진짜 주연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삽질’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추적한 작품으로, 영화제 내내 큰 화제를 모았다. 8일 열린 시상식에선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온라인매체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인 김병기 선임기자다. 김 감독은 2006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4대강 문제를 끈질기게 파헤쳐 왔다. 영화제 기간 만난 김 감독은 “유력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는 건 언론인이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였다”며 “그렇게 시작한 일이 10년을 넘기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영화는 짙푸른 녹조로 뒤덮인 채 썩어 가고 있는 금강을 비추며 시작된다. 그곳에는 김종술 시민기자가 있다. 김 기자는 2008년 즈음 충남 공주 지역신문 기자 겸 사장이었다. 지역 언론인으로서 ‘동네 이슈’에 관심 갖는 건 당연한데도 온갖 협박에 시달렸다. 사무실과 자택, 차량까지 털렸다. 그래서 더 포기하지 못했다. 2014년 파산한 그는 수중에 남은 돈 5,600원을 들고 다시 금강에 나갔다. 그때 발견한 게 큰빗이끼벌레다. 축구공 크기에 젤리처럼 생긴 괴생명체는 당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수질 악화의 증거인 4급수종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도 그가 발견했다. “365일 중 340일은 강에 나가요. 지금까지 쓴 4대강 기사만 1,600개가 넘죠. 힘들어서 그만둬야지 싶다가도, 4대강 보를 철거하면 물이 부족하다는 둥 근거 없는 주장을 접하면 다시 강을 찾게 돼요.”

녹조로 뒤덮인 금강에서 김종술 기자가 오염 실태를 취재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2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 온 이철재 시민기자도 이 영화에 출연하고 제작에 힘을 보탰다. 그는 기사 30만건을 분석해 4대강 사업에 적극 찬성한 정치인, 공직자, 학자 등 270여명 명단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에 찬동한 인사들이 장관, 차관이 되고, 학자들은 정부로부터 수백억 규모 연구 용역을 받았어요. 이게 세금 도둑질이 아니고 뭐겠어요.”

10년 넘게 취재한 자료를 영화로 만든 건 영상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다. 최승호 MBC 사장이 뉴스타파 재직 시절 만든 ‘공범자들’(2017)이 롤모델이 됐다. 처음엔 소박하게 5부작 미니 다큐멘터리로 출발했는데, 2017년 11월 1회가 공개된 이후 영화사에서 장편 제작 제안을 받았다. 고작 2시간에 지난 10여년의 기록을 다 담아낼 순 없지만, 김 감독은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의 힘을 믿는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대체 4대강 사업을 왜 했는지, 사업 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종착지가 어디였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이 영화는 그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고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삽질’은 하반기 극장 개봉한다.

전주=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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