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서 뇌물·성범죄 혐의 부인… 동영상 제시에 “나 아니다”
윤과 대질 때 뇌물 추가정황 제시하면 입장 바뀔 가능성
9일 오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5년 6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타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뇌물수수 및 성범죄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함에 따라 의혹의 또다른 축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대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은 9일 오전 10시5분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로 출석했다. ‘별장 성접대’ 논란이 발생한 2013년 한 차례 비공개 조사를 받았던 김 전 차관이지만 친정인 검찰청의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00여명 이상 취재진이 몰린 청사 앞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간단히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조사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은 물론 강원 원주의 윤씨 별장에서 찍었다는 동영상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피해 여성들이 주장하는 특수강간에 대해서는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했다. 수사단이 2007년 12월 촬영된 것으로 시기가 특정된 별장 동영상을 제시했지만 김 전 차관은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고 완강히 저항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한 정황으로 김 전 차관을 압박했다. 앞서 수사단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 씨를 6차례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에게 수차례 골프 접대를 하고 1,000만원 상당의 그림과 승진 청탁에 쓰라며 5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는 게 윤씨 진술의 핵심이다. 윤씨는 또 최근 '김 전 차관이 2007년께 목동 재개발 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집을 한 채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의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의 압박에 김 전 차관은 여전히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목동 재개발과 관련해 아파트를 요구했다는 윤씨의 진술에 대해, “사기꾼이 전형적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진술의 일환”이라며 “동종 사기 전과가 있는데다, 이번 수사에서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제외한 부분만 선택해 진술하는 윤씨의 말은 법률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역공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주요 혐의. 김경진기자

김 전 차관의 진술 태도나 입장은 과거 수사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2013년 검경 수사 때도 "윤중천과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알지 못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3월 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권고하자 변호인을 통해 "뇌물수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예상보다 강경한 김 전 차관의 태도에 수사단은 윤씨와 대질 신문을 적극 검토 중이다. 윤씨가 별장 성범죄 당시 구체적 기억과 목동 재개발 사업 관련 뇌물 요구 의혹에 대한 추가 정황을 대질 과정에서 제시한다면 김 전 차관도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수사단은 윤씨와 김 전 차관의 대질 신문을 최후의 카드로 쓸 방침이라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소환 여부 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윤씨와 김 전 차관의 대질이 이뤄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수사단이 “5월 중순까지는 수사를 가급적 종료하겠다”고 검찰 수뇌부에 보고한 점을 근거로 재소환 절차를 감안하더라도 내주에는 대질 신문 등이 마무리돼 수사의 최종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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