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잘못 많고 불신받지만, 수사권 조정 폐해에 입 다물순 없어”
강수산나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더라도, 당사자가 이의제기하면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으니 문제 없는 게 아니냐고들 합니다. 그런데 아동학대로 이미 숨진 아이가 어떻게 이의제기를 할까요. 아이가 살아 있어도 학대당한 아이들이 부모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나설 수 있나요.”

9일 한국일보가 만난 강수산나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부 부장검사는 자신이 수사를 지휘했던 ‘강서위탁모 사건’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대로 경찰의 수사 종결권이 보장된다면 강서위탁모 사건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은 검찰의 업보이고, 지금 상황에서 검사가 입을 열어 봐야 오해를 살 게 뻔하지만, 그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면서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문제 삼았다.

강서 위탁모 사건은 유기나 친권 포기 때문에 가정을 잃은 아이들을 돌보는 위탁모 김모(39)씨가 아동 3명을 학대하고, 이 중 생후 15개월 여자아이를 폭행하고 굶기며 학대하다가 지난해 11월 사망케 한 사건이다. 강 부장검사는 아동학대 사건이야말로 검찰이 경찰의 현장 수사를 초동수사 단계에서부터 수사지휘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바로잡을 수 없는 문제점이 생기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실제 아동학대는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어른들이 “실수였다”거나 “오해였다”고 하면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70% 이상이 양부모 혹은 친부모가 가해자라서 범죄 자체가 묻힐 공산이 크다. 올해 1월에도 두 아이 앞에서 엄마가 칼부림까지 하며 부부싸움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은 남편이 고소를 취하하자 이 사건을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법원 판례상 이런 경우도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판단, 아이에게 국선변호인을 지정하고 재수사 지휘를 내렸다. 강 부장검사는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면 아동학대를 적발하는 것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많아야 서너살인 아이들이 어떻게 앞장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냐”고 강조했다.

다른 강력범죄가 효과적인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도 수사지휘권이 유지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강 부장검사는 “경찰 수사가 종결된 후 검찰이 다시 시작해 증거확보 ‘골든타임’을 놓치면 재판에 넘겨져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강 부장검사는 “대부분의 강력범죄가 강자가 약자에게 행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사권 조정의 대안으로 제시된 검사의 ‘이의제기권’이나 ‘보완수사요구권’조차도 “힘의 논리가 명확한 범죄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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