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자!”
지난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며 작심한 듯 이렇게 쏘아붙였다. 이 자리에 모인 차관, 차관보, 기획조정실장, 예산실장, 세제실장 등 기재부 고위공무원을 비롯한 간부급 인사 60여명은 모두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홍 부총리의 불호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부처간 칸막이도 문제지만 기재부 내 국실 간 칸막이도 큰 문제”라고 일갈했다. 기재부 내 3실ㆍ11국 간의 협업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홍 부총리의 판단이다.
홍 부총리의 작심발언에 확대간부회의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평소 유머를 즐기고 온화한 스타일로 기재부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홍 부총리가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간부들을 꾸짖었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부총리가 시작부터 국실장을 비롯한 모두를 많이 혼내는 분위기였고 다소 격앙된 모습도 보이기도 해 놀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국실 간 협업은 부총리가 평소에도 강조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번엔 발언 강도가 예상보다 세서 다들 당혹스러워했다”고 설명했다.
부총리의 작심 발언 배경에는 “각종 경제 현안에 기재부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전분기 대비 -0.3%)로 떨어지고 수출도 5개월째 하락하는 등 경기가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 간부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홍 부총리가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욱이 경제활력을 높이는 정책에 기재부 모든 국실이 동분서주 해야 할 상황에서 고질적인 ‘국실 칸막이’ 문제가 여전하다는 게 홍 부총리의 인식이다. 실제 이날 홍 부총리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나 해결된 내용들만 나에게 보고하는데, 해결 되지 않은 문제를 각 국실에서 가지고만 있지 말고 간부회의 등에 가져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그간의 관행을 처절하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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