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정지역 유출 논란 홍역… 수개월간 특급 보안
“귀하께서는 공공주택사업 관련 업무수행을 통해 인지한 제반 사항을 누설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셨습니다. 위배하면 공공주택특별법 제57조(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보안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경고문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 등 3기 신도시 추가 입지 발표에 앞서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으려 수 개월간 관계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3기 신도시 추가 입지 발표 직전까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특급 보안이 이뤄졌다. 우선 경고 문자는 신도시 관련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은 공무원과 전문가 그룹 민간인 등 218명에게 뿌려졌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청와대 비서관도 예외 없이 ‘보안을 지키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발표 전날까지 이 같은 문자를 받았다. 발표 1주일 전부터는 문자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218명에게 발송됐다.
3기 신도시 추가 입지 선정 실무를 진행한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 택지기획팀 9명은 지난해 말 지자체 등과의 협의가 시작된 이후 몇 달씩 마치 스파이처럼 생활해야 했다. 건물 6층에 마련된 팀 사무실에는 창문 하나 없었고, 회의를 할 때면 출입문도 잠가 사실상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모든 문서에는 암호가 설정됐고, 사무실에는 문서 도난을 우려해 2대의 폐쇄회로(CC)TV도 설치됐다.
발표 20일을 앞두고는 취중 말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팀에 금주령도 떨어졌다. 발표 전날에는 가족들에게조차 ‘야근’ 등을 이유로 대며 호텔에 합숙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에조차 당일 발표 1시간 전에야 설명할 정도로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7일 발표에서 “(발표 시점을) 늦추는 것보다 빨리 하는 것이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나을 것 같았다”며 비밀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철통보안 덕분에 부동산 시장에선 신도시 택지 발표 시점까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의 선정 사실을 예측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작년 12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 발표 당시에도 각서와 경고문자 등정보유출 방지 조치가 취해졌지만 이번엔 그 수위와 빈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는 지난해 수도권 택지 발표 전후로 선정지역 유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토부가 크게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 지역협력단 소속 간부 A씨는 작년 3월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던 경기 고양시 삼송ㆍ원흥지구 개발도면을 다른 직원과 함께 부동산업자들에게 넘긴 혐의로 올해 3월 불구속 입건됐다. 또 이와 별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게도 수도권 신도시 개발 후보지 정보가 발표 전 전달돼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국토부는 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해 공공주택특별법(4월30일 공포)을 고쳤다. 개정 특별법은 공공주택 지구 지정 등과 관련된 기관ㆍ업체 종사자가 관련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ㆍ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서와 문자 메시지에 명시된 처벌 수위도 ‘2년 이하 징역ㆍ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형법 제127조)’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공공주택특별법 제57조)’으로 강화됐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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