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차선에 차를 세웠나, 음주운전 여부 등 의문 제기돼
고속도로 차선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서 있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배우 한지성(28)씨 사건 현장 상황이 공개되면서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곳에 한씨가 서 있었던 이유, 주변 차량의 과실 범위, 동승했던 남편의 진술 등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면서 경찰 조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오전 YTN이 보도한 지난 6일 새벽 인천공항고속도로 현장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내용과 경찰의 조사 내용 등을 살펴보면 한씨의 사고는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씨의 사고는 6일 오전 3시50분쯤 제한속도가 시속 100㎞인 인천공항고속도로 서울 방면 3차선 도로(개화 터널 500m 부근)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사고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차량은 한씨와 남편이 타고 있던 벤츠 C200 승용차와 가해 차량 등을 비롯해 총 5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 화면을 보면 한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3차선 도로 중 갓길도 아닌 한가운데 지점인 2차선에 비상등을 켜고 차량을 정차시킨 뒤 차량 뒤편으로 나왔다. 이어 한씨가 허리를 숙이고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이때 한씨보다 먼저 차에서 내리거나 비슷한 시점에 조수석에서 내렸던 것으로 보이는 한씨의 남편은 3차선과 갓길을 지나 가드레일을 넘어가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다른 차량은 3차선으로 주행하던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한씨의 차량이 도로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던 상황에서 가드레일을 넘는 남성과 차 뒤편에 있던 한씨의 상황을 이상하게 여겨 정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블랙박스 동영상을 제보한 차량이 1차선을 통해 한씨 차량 옆을 지나쳐 간다. 제보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 역시 깜깜한 새벽 고속도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상황에 당황하며 가드레일을 넘어간 사람(한씨 남편)과 차량 뒤에서 토하고 있는 듯한 사람(한씨)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이후 한씨 차량을 지나친 제보 차량의 후방 카메라에는 3차선으로 달리던 택시가 앞서 정차해있던 스포티지 차량을 피해 2차선으로 방향을 틀면서 한씨의 차량을 추돌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씨는 이 시점에 자신의 차량보다 먼저 택시에 치여 1차선 쪽으로 밀려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경찰 등에 따르면 한씨는 제보 차량에 뒤이어 1차로를 주행하던 다른 차량에 다시 한 번 치였고 결국 숨졌다.
경찰이 제보 차량의 영상 외에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차선 정차’ 등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씨의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와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며 한씨가 2차선에 차량을 정차한 뒤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고 당일 영종도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한씨 음주 여부에 대해선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촬영된 화면에선 남편이 내린 직후에 한씨가 내렸거나 거의 동시에 내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씨 남편은 2차선에 세워진 차량에서 내려 가드레일 쪽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사고 순간에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이는 한씨의 2차선 정차 이유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보차량 탑승자들이 한씨의 모습을 토하고 있는 것처럼 언급한 것을 두고 ‘음주운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씨가 차량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했던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않고 있다.
한씨를 직접 치거나 현장 상황을 지켜보다가 차로를 막아 사고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다른 운전자의 과실도 경찰이 유심히 살펴보는 대목이다. 일단 경찰은 한씨를 친 차량의 운전자들을 교통사고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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