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이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험 부담이 큰 핵ㆍ미사일 실험 보다는 저비용ㆍ고효율의 사이버 공격이 북한의 차세대 무기라는 것이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새롭게 개발하는 대량살상무기는 핵이나 미사일이 아닌 사이버”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일본, 미국 그리고 잠재적으로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주요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 위협은 크다”면서 “5세대(G) 무선 인터넷 시대에 사이버 공격에 대한 취약성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북한이 더 이상 핵 실험 및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고 봤다. 중국이 북한에 ‘절대 다시 하면 안 되는 단 한 가지’로 핵 실험을 꼽았고, 북한이 이미 미사일을 미국까지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핵ㆍ미사일 실험이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지난 4일 감행한 발사 위협으로 소기의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 “올 한해 점점 더 심각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사이버 공격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현재 부소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다 구체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래 시나리오: 핵보유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예상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그는 북한이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한미연합훈련이 강화되고 어렵게 얻어낸 중국의 지지를 잃는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뒤따른다고 했다. 대신 사이버 공격은 큰 효과를 낼 수 있는데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위험부담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이미 사이버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충분한 인적ㆍ물적 자원을 갖추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엘리트 사이버 공격팀은 북한 내부 특별 프로그램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은 해커 7,0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크게 △첩보 수집 △혼란 야기 △수익 창출을 위해 사이버 공격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해커들이 금융기관과 가상화폐거래소를 공략해 1년에 약 1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태처럼 지구촌 곳곳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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