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과 다른 발상으로 평화 프로세스 구축 역할… 하노이 결렬, 운신의 폭 좁혀
‘공무원 사회를 자극할 창조적인 상상력.’
8일 한 여권 관계자가 꼽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발탁 배경이다. 김 2차장은 북미 정상의 하노이 담판이 벌어지던 2월 28일, 김 장관은 4ㆍ11 한미정상회담 사흘 전인 지난달 8일 각각 임명됐다. 남북과 북미, 한미간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리는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를 끌고 나갈 적임자로 낙점된 두 사람이다.
표면상 김 2차장의 역할은 대미 라인을 담당하며 북한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남북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란 아이디어를 냈듯 기존과 다른 발상으로 외교ㆍ안보 문제를 접근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대북 제재 완화 국면에 대비해 경협 등에 기존과 다른 창의적인 접근법을 찾아보라는 게 인사의 취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전문가인 정의용 실장과 통상전문가인 김 2차장이 융화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김 장관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조성된 남북교류 무드를 안정되게 이행하라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란 평가가 주류다. 거기에 지난 2년 존재감이 없었던 통일부에 생기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심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 장관 역시 취임사를 통해 “국민들께서 정부에 바라는 것은 어렵더라도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창조적인 일을 수행해야 하는 통일부 직원들에게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여파가 두 사람의 운신의 폭을 좁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간 합의가 이뤄지면 향후 남북 경협 추진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행동반경을 넓히라는 게 문 대통령의 주문이었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아직까지 북미간 대화가 진척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김 2차장이 제안했던 남북FTA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현실적으로 통일부가 대북제재 완화 문제 등 이슈를 스스로 주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김 장관의 행보 역시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이 가지고 온 변화를 꼽자면 현재로선 부처에 끊임 없는 변화를 요구하는 정도 수준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 2차장은 외교부 공무원들에게 다양한 주문과 그에 대한 피드백을 자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 장관은 통일부 내부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을 먼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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