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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고지 파트.

지난달 연예계에서는 황당한 소동이 벌어졌다. 바로 ‘양씨 찾기’다. 최근 인기 영화와 지상파 드라마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씨가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보도가 난 뒤였다. 새벽 3시에 찻길을 이리저리 뛰어다녀 경찰에 붙잡힌 뒤 마약 조사까지 받았다는 양씨는 누구일까.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톱10은 순식간에 양씨 성을 지닌 유명 연예인 5명의 이름으로 ‘도배’ 됐다. 그 시간에 양씨 성을 지닌 배우 이름을 찾아본 네티즌이 많았다는 얘기다.

경찰에 따르면 기사에 언급된 이는 단역 배우 양모(39)씨였다. 검색어에 이름이 오른 연예인은 하나같이 사건과 무관했다. 모두 직접 실명을 밝혀 “그런 일(마약 투약) 없다”는 입장을 내야 했다.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올라 여러 언론에서 입장 표명을 내라는 요구를 받아서였다고 한다.

당시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른 배우의 측근은 “금요일 저녁에 기사가 나 기자들이 검색어에 올랐다며 입장을 달라고 하더라”며 “경찰에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누군지 확인도 안 하고 무턱대고 검색어에 (이름) 올랐다고 입장을 내라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검색어에 유명인의 이름이 오르면 하이에나처럼 우르르 달려드는, 클릭 수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책임한 보도를 일삼는 ‘황색 언론’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폐해다. 8일 확인해보니 단역 배우 필로폰 투약 관련 첫 기사는 온라인에서 사라졌다. 이 기사를 작성한 매체의 관계자는 “(다른 양씨 연예인의) 혹시 모를 피해를 고려해” 기사를 삭제했다고 했다.

하이에나가 된 언론의 먹잇감은 ‘공개적으로 노출된 대중의 호기심’ 즉 실시간 검색어다. 훔쳐보기의 욕망이 쌓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이들은 ‘죄인’ 취급받기 일쑤다. 검색어에 올랐다는 이유로 자백을 강요받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다. 일렬로 쭉 늘어선 검색어 기둥은 불특정 다수의 시선이 개인을 감시하는, 변형된 원형 감옥(판옵티콘)과 같다.

21세기의 온라인 판옵티콘에서 진실은 통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호명(검색)했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 검색어 기둥에 세워진 개인은 마녀사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그래서 지난달 ‘양씨 찾기’로 검색어에 오른 배우 양동근의 말은 뼈아프다. 양동근은 “양씨 성 가진 죄”라며 소속사를 통해 마약 연루설을 부인하는 입장을 냈다.

그는 구조적으로 뒤틀린 미디어 환경의 피해자였다. 검색어에 오른 연예인의 홍역을 어쩔 수 없는 해프닝으로만 바라보면서 문제는 되풀이됐다. ‘양씨 찾기’의 피해를 연예인의 숙명으로 전가하는 건 대한민국 ‘82년생 김지영’들의 아우성을 여성의 문제로 돌리는 무책임함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문제의 원인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 ‘고름’은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

물론 실시간 검색어에 그늘만 있는 건 아니다. 검색어는 누군가의 입신양명에 발판이 되기도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나타내 정보를 주는 기능도 한다.

하지만 검색어로 빛을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불특정 다수의 관심사로 포장된 키워드는 현실을 ‘조작’할 수 있다. 실시간 검색어가 ‘현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멜론 ㆍ지니 등의 음원 사이트를 향한 실시간 차트 폐지 요구가 잇따르는 이유와 비슷하다. 가요계에선 실시간 차트가 주는 정보성보다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심각하다고 본다. 사재기와 특정 팬덤의 전폭적 지원으로 실시간 차트에 오르면 ‘톱100’ 무한 재생 소비 행태로 특정 노래가 대중적 인기곡이 돼 버리는, 왜곡 현상에 대한 비판이다.

‘버닝썬 사태’ 등으로 연예계는 요즘 실시간 검색어로 인한 2차 피해의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다. 그래서 지금, 다시 묻는다. 누구를 위한 검색어인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양승준 문화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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