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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름 부르자 마음 연 울산대교 투신기도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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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름 부르자 마음 연 울산대교 투신기도 모녀

입력
2019.05.08 16:39
수정
2019.05.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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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다리에 세워둔 차량서 수첩 발견 

7일 울산대교 중간 지점에서 모녀가 난간 밖에 서 있다. 두 사람은 경찰이 다섯 시간에 걸쳐 설득한 끝에 구조됐다. 유튜브 캡처
7일 울산대교 중간 지점에서 모녀가 난간 밖에 서 있다. 두 사람은 경찰이 다섯 시간에 걸쳐 설득한 끝에 구조됐다. 유튜브 캡처

7일 울산대교에서 투신을 기도한 모녀는 경찰이 딸의 이름을 알아내 부르자 마음을 열고 대화에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울산대교 동구 방향 중간(높이 60m)에서 모녀를 설득한 울산경찰청 위기협상팀 김유미 경장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녀가 매우 불안한 상태여서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모녀가 서 있는 지점에서 10m 이상 거리를 유지한 김 경장은 앞서 현장에 도착해 모녀를 설득 중이던 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손영석 경위와 함께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40)의 “힘들다”는 말뿐이었다. 두 모녀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김 경장 등은 말을 걸기도 쉽지 않았다. 이때 또 다른 협상팀 요원 김치혁 경장이 모녀가 타고 온 차량에서 수첩을 발견했다. 수첩에는 이들 모녀와 아버지 등 가족 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첩은 곧바로 김유미 경장에게 전달됐다.

김유미 경장은 수첩 속 딸의 이름을 보고 조심스럽게 “00야”하고 이름을 불렀다. 순간 지금껏 별다른 반응 없이 바다만 바라보던 중학생 딸이 약간 놀라는 듯하며 김유미 경장을 바라봤다. 엄마 역시 반응을 보였다. 김 경장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첩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시작했다. 모녀에게 가족여행을 갔던 추억 등을 이야기하는 사이 거리도 2㎙ 이내로 가까워졌다. 김 경장은 “어버이날 가족들끼리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러 가야 하지 않느냐”고 넌지시 말했고, 이 말을 들은 딸이 우선 난간을 넘어 다시 다리 안쪽으로 들어왔다. 안전이 확보된 딸이 어머니에게 “엄마, 나 이제 괜찮다”고 말하자 어머니 역시 안정을 찾았고, 손 경위가 김 경장이 어머니를 부축해 안쪽으로 넘어 오게 해 5시간 가까이 벌어졌던 위기 상황이 종료됐다.

김유미 경장은 “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분위기가 바뀌면서 대화의 물꼬가 텄다”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데 모녀가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은 것을 보고 살릴 수 있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구조활동을 함께 한 김치혁 경장도 “이렇게 오랜 시간 설득한 것은 처음이지만 무사히 구조돼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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