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안건인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해 60만건씩 발생하는 고소ㆍ고발 사건의 담당 기관이 검찰에서 경찰로 바뀌게 되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의제기 등 절차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검경 출신들의 ‘전관예우’를 막을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이라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반대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관계서류,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해야 하고 검사는 송부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해야 한다. 경찰이 입건된 모든 사건에 대한 기록을 기소ㆍ불기소 의견과 함께 검찰에 송치한 뒤 검찰이 최종 결정을 하는 현재 시스템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얘기다.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본 사건을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검사가 기록을 넘겨 받아 불법성 여부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60일이 지나면 기록을 돌려줘야 한다. 다만 고소인 등 당사자들이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경찰 측에 이의신청을 하면 검사는 기록을 검토한 후 재수사 요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개정안으로 수사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에 송치를 해도 99.4%는 경찰과 같은 결론이 나오는데도 검찰이 기록을 검토한다며 상당기간을 소요해 국민들 입장에선 수사 기간만 길어지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신속하게 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기본권 보호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제도인 만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형사사건 당사자들은 기소 여부가 결정되는 검찰 송치 후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이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되면 수사 과정부터 변호인을 찾게 될 것”이라며 “특히 변호인을 선임해 이의신청과 재수사 요청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수사 종결권을 분수령으로 경찰의 수사 단계와 검찰의 재수사 결정이 갈라지는 만큼 민원인 입장에서는 방어할 상대가 경찰과 검찰의 두 단계로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소 이전 절차가 둘로 나눠지기 때문에 변호사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관들의 발호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은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경찰이나 검찰과 적절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전관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현재 검찰 수사과정의 전관예우도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조정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며 “경찰도 민원이나 외압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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