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이해진 네이버 GIO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짜 뉴스 대책, 불법 여론조작’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네이버에서 장외 투쟁 중인 야당 대표의 광주 방문 기사를 클릭하면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댓글이 베스트를 차지한다. 그중 하나로는 이런 문장까지 있다. “전라국놈들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거 반대한다.” 다행히 추천 수는 스물여섯에 불과하다. 반대는 일곱.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망측한 발언들이 초록 검색창 아래 뉴스에는 경쟁하듯 와글와글 달린다. 그 경기장의 관리자인 네이버는 어떤 조치를 취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어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네이버 뉴스 댓글은 두 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공론장으로서 갖춰야 할 신뢰를 대부분 상실했다. 국정원, 경찰, 군대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댓글 부대가 네이버를 장악했었음이 시간이 지나 속속들이 밝혀졌고, 사설 기관의 조악한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해 댓글 여론이 좌지우지될 수 있음 또한 확인되고 있다. 공무원이든 정치 낭인이든 키보드와 손가락만 있으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난장판이 되어 버린 셈인데, 이 판의 주인인 네이버는 역시나 그러거나 말거나 뒷짐만 지고 있다.

같은 사이트에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검색하면 개봉은커녕 아직 예고편도 공개되지 않은 영화와 관련된 콘텐츠로 ‘메가로돈’ ‘돼지의 왕’ ‘탈출’ ‘핵 폐기물’ 등이 뜬다. 유치하고 의도가 훤한 공작을 보고 있자니 개봉 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누가 봐도 영화와는 관련이 없는 항목들이 장난에 가까운 선동으로 자리를 차지해 서비스의 본래 취지를 해치고 혐오를 전시하고 있으나, 그 전시장의 운영자인 네이버는 대응을 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갈등이 격화된 이슈나 진영 논리가 횡행하는 뉴스 코너가 아니더라도 네이버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은 많다. 동네 맛집 하나를 검색하더라도 엇비슷해 보이는 광고의 물결에 혼란만 더해질 뿐이다. 생활정보를 얻으려 방문한 블로그에는 생활도 정보도 온데간데없고, 입력했던 검색어가 문장만 바꿔 나열될 뿐이다. 그 사이사이 빈칸은 네이버 전용 캐릭터들의 다재다능한 포즈가 채우는데, 이제는 도리어 그 뻔뻔함에 모종의 친근감마저 느낄 판이다. 물론 네이버는 서울 시내 중심 상권 곳곳에 스토어를 열고 자사 캐릭터 상품 판매에 열중이다.

국내 만화 시장이 고사 직전이었을 때 네이버는 웹툰 시장을 선도하였고,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네이버에 최근 신작 웹툰 ‘틴맘’이 연재를 시작했다. 청소년 임신을 다룬 이 만화에서 원치 않게 임신하게 된 여자 주인공은 난데없이 남자 친구에게 차일 것을 걱정한다. 만화의 구도는 청소년의 몸을 은근히 염탐하고, 혼전 임신이라는 사실이 주는 중압감 같은 것은 명랑한 분위기 속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여느 만화 잡지의 편집진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했을 지점들에 대해 네이버는 손을 놓고 있다. 어려운 판단과 평가는 예의 그 와글와글한 댓글들에 외주로 맡긴 모양새다.

네이버가 왜 이럴까. 그들은 대기업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한 기업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추고 있는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IT 산업 성장의 과실을 독점적으로 취득한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유튜브가 대세가 된 지 오래라고 한다. 유행하는 여러 SNS 플랫폼 중에서 네이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없다. 네이버의 정보 값을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네이버의 앞날 같은 건 모르겠다. 다만, 그 사이트에서도 공개될 본 칼럼에 댓글이 달린다면, 그 내용들은 충분히 예상된다. … 도대체 네이버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서효인 시인ㆍ문학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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