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림과학원 실태조사결과… 어린나무 적어 개체군 유지 불안
한라산, 지리산 등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등 상록침엽수가 기후변화 등으로 집단 고사하는 등 생육환경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 구상나무의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 가량이 쇠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산림과학원이 조사한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 주목 등 7종은 우리나라 백두대간 명산의 해발 1,200m이상 높은 산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다. 특히 구상나무는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며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으로 지정되고 우리나라에서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보호되고 있다.
산림청은 2016년 10월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ㆍ복원대책을 발표한 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전국 31개 산지에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분포면적은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0.19%인 1만2,094㏊에 이른다. 지역적으로 지리산이 5,198㏊로 가장 넓고 한라산(1,956㏊), 설악산(1,632㏊), 오대산(969㏊) 등에 대규모로 분포해 있다.
수종별로 구상나무는 전국적으로 6,939㏊에 265만그루가 분포하고 있으며, 분비나무 3,690㏊에 98만그루, 가문비나무 418㏊ 3만그루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눈측백과 눈향나무, 눈잣나무 등은 일부 지역에 소규모로 분포하고 있다.
이들 나무의 주요 분포범위는 해발고도 1,200~1,600m이며, 수분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쪽계열 사면에 주로 자리하고 있다. 분포지역 평균기온은 섭씨 6.3도(전국 평균 섭씨 12.3도), 강수량은 1,697㎜(전국평균 1,310㎜)이다.
수종별로 쇠퇴도가 가장 높은 지역을 보면 구상나무는 한라산 39%, 분비나무는 소백산 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에서 25%로 조사됐다. 쇠퇴도는 겨울철 기온상승률이 높고 위도가 낮은 곳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산 침엽수종 숲이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어린나무 개체수가 적고 나무들의 연령구조가 불안정해 지속적인 개체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산림과학원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7대 침엽수종에 대한 전국 정밀 분포도를 최초로 제작했으며, 향후 고산침엽수종의 보전, 복원활동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산림과학원은 쇠퇴도와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해 우선 복원후보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은 “앞으로 여러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보전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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