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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서 신선대까지, 아이맥스 영화 같은 ‘거제의 하루’

입력
2019.05.10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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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발견, 시티투어버스] <22>경남 거제블루시티투어

거제 9경 중 하나인 해금강. 거제시 제공
거제 9경 중 하나인 해금강. 거제시 제공

“이런 풍경을 본 적 있습니까? 이게 바로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거제 해금강입니다.”

연휴가 끝난 7일 오전 거제블루시티투어의 가이드 김덕만(50) 팀장은 관광객들에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항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남부면 해금강에 막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시티투어에 참여한 관광객 17명은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우와 진짜 멋지다.”, “빨리 여기 앞에 서봐. 내가 사진 찍어줄게”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관광객들은 세차게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온 최연희(46ㆍ여)씨는 “방송에선 해금강을 여러 차례 봤는데 실제로 보니 비교가 안 될 만큼 아름답다”면서 “남편과 지인에게 보여주려고 사진과 동영상을 얼마나 많이 찍은 줄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람선 선장의 깨알 같은 해금강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1971년 대한민국 명승 제2호로 지정된 해금강은 멀리서 보면 3개의 봉우리를 가진 형태인데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이라는 뜻의 갈도(葛島), 약초가 많아 약초섬 등으로도 불린다”면서 “중앙에는 십자모양의 동굴이 있어 파도가 잔잔한 날은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거제블루시티투어버스 모습. 거제=전혜원 기자
거제블루시티투어버스 모습. 거제=전혜원 기자

거제블루시티투어버스는 휴무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딱 한 번 운행한다. 요일마다 코스도 다르다. 토ㆍ일요일은 1코스(외도ㆍ거제해금강~우제봉전망대), 화ㆍ목요일은 2코스(외도ㆍ거제해금강~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수ㆍ금요일은 3코스(유호전망대~외도ㆍ거제해금강)를 관광할 수 있다. 또 해상주의보 발령 시 운행되는 4코스(거제조선해양문화관~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가 있으며, 1ㆍ2코스는 배를 타지 못하는 관광객을 위해 거제조선해양문화관과 샛바람소리길, 구조라수변공원 등을 선택해 갈 수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거제시티투어.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거제시티투어. 송정근 기자

1ㆍ2코스는 오전 8시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에서 출발하며, 고현시외버스터미널과 옥포 롯데마트, 대명리조트 총 4군데에서 승차가 가능하다. 3코스는 대명리조트에서 출발해 고현시외버스터미널, 옥포 롯데마트, 한화리조트에서 관광객들을 태운다.

화요일인 이날은 2코스로 운영되며, 연휴가 끝난 평일인데도 17명의 관광객들이 시티투어에 참가했다. 수원에서 부부동반으로 온 김희숙(52ㆍ여)씨는 “여행을 오면 남편들은 운전을 하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데, 이렇게 시티투어를 이용하니 술도 한 잔씩 할 수 있고, 얘기도 편안하게 나눌 수 있어 정말 좋다”면서 “시티투어를 이용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거제 외도. 거제시 제공
거제 외도. 거제시 제공

십자동굴을 비롯해 사자바위, 촛대바위 등 10여분가량 해금강 주위를 돈 유람선은 어느새 외도로 향했다. 거제블루시티투어의 또 다른 장점은 하루 종일 가이드가 함께한다는 것. 7년째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김덕만 팀장은 외도에 하선하자마자 자연스레 투어 참가자들을 인솔했다. 그는 “외도는 계절마다 한 번씩, 총 네 번을 와야 진짜 외도를 봤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외도에는 희귀 아열대 식물이 740여종이나 있어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만큼 매달 모습이 변한다”고 설명했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회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진 외도는 1995년 4월 개장했다. 해상 식물공원인 이곳은 아열대식물원과 12개의 비너스상이 전시된 비너스가든, 재기차기와 기마전 등의 민속놀이를 표현한 놀이조각공원, 편백나무 숲이 장관인 천국의 계단, 후박나무 약수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1시간 30분간 외도를 돌아보고 난 뒤 구조라항으로 돌아오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점심메뉴는 코스마다 조금 다르지만 제철메뉴를 추천해줬다. 봄철에는 주로 성게와 멍게 비빔밥, 멸치회무침, 멸치쌈밥 등으로 정해지며, 이외에도 낚시로 잡은 생선구이와 회, 도다리쑥국, 물메기탕 등 거제 9味(미)를 택하면 실패가 없다고 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거제시티투어.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거제시티투어. 송정근 기자

점심을 먹은 뒤 오후 1시 20분쯤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도착했다. 원래 2코스는 중식 후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일정이지만 관광객들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의견을 조율해 오래 즐기고 싶은 코스는 뒤로 미룰 수 있었다.

거제포로수용소는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 중 하나.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사로잡은 조선인민군과 중공군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1951년 2월 현재의 고현동과 수양동을 중심으로 설치, 1953년 7월까지 운영된 포로수용소를 재현한 곳이다. 지금도 곳곳에 잔존건물 일부는 남아있다.

김 팀장은 매표소 앞에 세워져 있는 흥남철수작전비에서 이곳의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영화 국제시장 중 흥남부두에서 많은 피난민을 싣고 우리나라로 오는 배가 바로 이 메르디스 빅토리호”라면서 “1만4,000여명의 피난민을 태운 이 배가 1950년 12월 24일 부산에 도착하지만 이미 피난민으로 도시가 가득 찼다는 이유로 입항을 거부당해 다음날인 25일 거제 장승포항에 도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포로수용소는 전쟁, 포로, 복원, 평화 4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으며, 각종 체험 등이 가능하다.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평화탐험체험관으로, 격렬한 전쟁터를 6~10분간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7일 오후 거제블루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위치한 신선대를 둘러보고 있다. 거제=전혜원 기자
7일 오후 거제블루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위치한 신선대를 둘러보고 있다. 거제=전혜원 기자

1시간 정도 관람을 한 뒤 버스는 마지막 행선지인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로 향했다. 이곳은 남포면 도장포마을 입구 2차선 도로를 놓고 나눠져 있어 도보로 쉽게 두 곳을 관광할 수 있다. 투어 참가자들은 먼저 신선대로 발길을 옮겼다. 신선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신선대는 바다를 향해 절벽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 위에 전망대가 위치, 함목해수욕장과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수려한 경관 덕분에 영화, 드라마, 광고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김 팀장은 “거제 학동리 동백나무 숲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팔색조가 알을 낳기 위해 5월쯤 오는데, 이 팔색조와 닮은 바위가 있다”면서 “관모바위도 이름처럼 벼슬에 올랐을 때 쓰는 관모(冠帽)와 닮아 예부터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과거시험 합격을 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말했다.

바람의 언덕. 거제시 제공
바람의 언덕. 거제시 제공

다시 도로를 건너 바람의 언덕으로 자리를 옮긴 관광객들은 이곳의 랜드마크인 풍차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면서 거제블루시티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대구에서 여자친구와 온 박경민(25)씨는 “원래 리조트에서 물놀이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인터넷 검색 중 거제에 시티투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예약을 하게 됐다”면서 “거제는 대부분 관광지들이 차로 30~40분 걸리는 거리에 있는데, 우리처럼 뚜벅이 여행객들에게는 최고의 교통수단”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 팀장은 투어를 마감하며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가 있는 도장포마을은 고려 현종 때 중국 송나라 도자기 무역선들이 잠시 들렀다 쉬어가는 마을이었다”면서 “천년 전 불던 바람이 지금도 이곳에 부는 듯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거제블루시티투어의 이용자수는 2014년 5,300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다 2017년부터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3,000여명이 이용했으며, 올해 목표는 5,000명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거제블루시티투어가 하루에 거제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모든 일정을 함께 다녀야 해 머물고 싶은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면서 “많은 관광객들을 거제로 모셔 다양한 노선과 일정으로 거제의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거제=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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