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 여파로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6년 9개월 만에 최저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4월에는 최근 83개월 동안 이어왔던 역대 최장기 경상흑자 행진이 자칫 종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1~3월 경상수지 흑자는 112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2년 2분기(+109억4,000만달러) 이래 가장 적은 흑자 규모다.
1분기 경상흑자 축소의 주요인은 수출 부진이었다. 올해 1분기 수출(1,375억달러)은 전년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2016년 3분기(-3.9%) 이래 10개 분기 만에 감소세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교역량 둔화, 반도체 및 석유류 수출 감소, 대 중국 수출 부진이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분기 상품수지(+196.1억달러) 또한 2014년 1분기(+170억6,000만달러) 이후 5년 만에 최소 흑자 규모를 나타냈다.
다만 여행수지(-35억7,000만달러) 적자 규모는 9개 분기 만에 가장 적었다. 전년동기(-49억6,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적자 폭이 30% 가까이 줄었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됐고,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운송수지 적자도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서비스수지도 지난해 1분기 93억1,000만달러 적자에서 76억6,000만달러 적자로 개선됐다.
한편 3월 경상수지는 48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5월 이래 83개월 연속 ‘역대 최장’의 흑자 행진은 이어갔지만, 흑자 폭은 전년동월(51억달러)보다 축소됐다. 특히 수출(479억3,000만달러)은 전년동월 대비 9.4% 급감하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상품수지(+84억7,000만달러) 흑자 규모 또한 10% 줄어 지난해 11월 이래 5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의 주요 기반인 상품수지가 계속 악화되자, 일각에서는 매년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4월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한은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4월에도 상품수지는 전년동월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외국인 배당은 작년 분기배당을 통해 배당 수요가 분산됐고 지난해 4분기 이래 기업 실적이 악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전년동월에 비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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