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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 약자 배려 기사 많아… 재난 기사는 침착하게 다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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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 약자 배려 기사 많아… 재난 기사는 침착하게 다뤘으면”

입력
2019.05.09 04:40
수정
2019.05.09 09: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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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독자권익위원회 회의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최근 보도의 개선점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인 이민규 위원장과 김혜원(민음사 편집부장) 신성현(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수석부장) 우재욱(변호사) 이은기(연세대 재학생) 조희정(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최광범(한국언론재단 신문과방송 편집장) 황동일(여시재 기획위원) 위원과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한국일보 독자권익위 위원들이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지면과 온라인 보도의 개선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재욱 이은기 신성현 위원과 이민규 위원장, 최광범 김혜원 조희정 황동일 위원. 배우한 기자
한국일보 독자권익위 위원들이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지면과 온라인 보도의 개선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재욱 이은기 신성현 위원과 이민규 위원장, 최광범 김혜원 조희정 황동일 위원. 배우한 기자

이민규

우리 사회에 다섯 가지 이슈가 있었다. 강원도 산불,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세월호 5주기, 그리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별세를 비롯한 항공사의 위기 등이다. 이런 이슈를 중심으로 짚어보겠다.

김혜원

한국일보는 기사 보도에 충실한 면이 많다. 잘 모르고 봤을 때 40~50대,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신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약간 연령대가 높은 독자가 타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20대 유튜버도 취재하고 도시농부 현황도 살피면서 세대나 지역의 경계 없이 취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논담’(4월5일자)은 비교정치학 권위자 시드니 태로 미국 코넬대 교수를 인터뷰했는데 민주주의, 종교, 테러, 혐오 등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해 기억에 남았다. ‘뷰엔’(4월11일자)은 소방관의 오염된 방화복을 다뤘는데 적절한 시점이라 인상 깊었다. 붉은 바탕 색상은 부담스러웠다. 정민의 다산독본, 정여울의 마음풍경, 이정모 칼럼 등 좋은 글이 많아, 필진 발굴에 많은 노력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5G는 소비자들이 이제 막 접하는 상황인데 홍보ㆍ비판 기사가 동시에 나와 혼란스럽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4월12일자) 결정에 대해 ‘태아 생명보호 위해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안돼’란 제목을 달았는데 객관적 표현이었다.

신성현

사회적 약자가 다양한 형태로 많아지고 있는데 장애인, 재난 피해자 등에 대한 기사를 꾸준히 보도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1면 기사를 중심으로 보면 ‘중이온 가속기 또 브레이크, 기초과학 미래가 캄캄하다’(4월2일자)는 과학정책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었다. ‘국가통계 기초인데… 근거 빈약한 인구추계’(4월10일자)는 발굴기사로 차별성을 보여줬다. ‘운전도 주 52시간…버스기사가 모자란다(4월9일자) ‘생계형 알바에 20대ㆍ여성ㆍ고령자 몰린다’(4월8일자) ‘논담: 국내 최고 인사전문가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4월12일자)도 좋았다.

우재욱

장애인 관련 기사가 1일부터 16일까지 19꼭지가 실렸다. 보수지 두 곳이 5건이 안 되고 진보지 한 곳이 5건을 넘은 걸 보면 굉장히 많은 숫자다. 한국일보의 관심을 높이 평가한다. ‘임대주택 5만호 첫삽 막은 님비 바리케이드’(4월5일자)는 왜 주민들이 님비를 하는지에 대한 원인과 대안까지 제시한 좋은 기사였다. ‘뷰엔: 서울 지하철 노후화 심각’(4월4일자)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서울지하철의 이면을 보여주었다. ‘다시 본다, 고전’(4월5일자)에서 박용래 시인의 전집을 소개했는데 짤막하지만 시를 읽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다. ‘삶도: 동고동락 40년, 정태춘ㆍ박은옥’(4월6일자)은 기자가 두 사람의 내면 이야기를 잘 끌어냈다. ‘법조 캐슬, 사실은?’은 법조계 현실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은기

나의 정체성은 20대, 여성, 대학생이다. 장애, 여성, 빈곤 등 소수자 문제에 한국일보가 얼마나 자리를 허용하고 있나 관심이 갔다. 연재가 마감된 ‘장애아 엄마 세상에 외치다’를 첫 회부터 쭉 읽어봤다. 장애에 대한 편견, 장애 정책, 제도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성 매매 이슈 보도는 현상의 실체에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있다. ‘가정폭력 남성에 반격ㆍ맞대응… 여성 가해자도 늘었다’(4월16일자)에서 수치를 단순히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왜 문제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낙태죄는 여성 생명권 위협… 거리서 공감 확산 느껴’(4월9일자)에서 ‘모낙폐’ 인터뷰를 했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앞서 그 담론과 의제들을 여성운동 진영에서 열심히 만들어갔다. 그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이슈, 논점을 잘 알 수 있었다.

조희정

한국일보는 안정적이다. 슬로건에 있는 것처럼 ‘균형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네 가지를 말씀 드리면 먼저 ①지면이 익히 알고 있는 스타일이다. 지면 구성이나 톤이 안정되고 침착해 신뢰감을 주지만, 건조하고 다이내믹한 느낌이 부족하다. 세대는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가치를 주축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②온라인과 관련한 문제다. 지면에서 기획ㆍ연재기사를 읽다 보면 이전 기사가 궁금하다. 기사 아래 QR코드가 있으면 좋겠다. 온라인과 오프라인(O2O)을 연동해 찾아보도록 하면 어떤가. 홈페이지에 정치, 경제 등이 분야별로 되어 있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도 비슷하지만 핫뉴스가 가로로 뜬다. 세로로 읽는 배열은, 스크롤을 오래하게 되면 불편하다. 분야별로 키워드를 안내해줄 필요가 있다. ③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 정치면 기사를 본다. 토요일 정도는 쉬고 싶다. 그렇다고 아주 소프트하게 갈 것은 아니다. 문화보다는 교양을 특화해 톤을 높이면 좋겠다. ④기사 아이템 문제다. 청년, 노인문제는 익히 알고 있는 트렌드인데, 세대간 대화를 지루하지 않게 새 방식으로 풀어보는 것은 어떤가. 저널리즘 벤처, 스타트업들이 많다. 청년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사도 있으면 좋겠다. 요즘 미 실리콘밸리에서 마음 공부가 비즈니스 쪽으로 유행하고 있다. 현대인의 심리 문제도 다루었으면 한다. ‘미투’ ‘약투’ ‘갑질’ 등은 한국 사회에 억눌려 있던 문제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속적인 분석 기사가 있어야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문제를 보면 하늘이 불안한데 심층 진단이 필요하다.

최광범

확증 편향의 시대다. 한국일보는 진보 보수 양쪽을 아우르는 신문이라고 평가 받는다. 한국일보 앱의 슬로건인 ‘세상을 보는 균형’을 신문 제호 아래에도 적어 홍보하면 어떨까. 친절한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자가 자기 중심적으로 쓰고, 출입처 기자들만 이해하는 기사가 많다. ‘타이거 우즈의 부활 드라마’(4월16일자)에서 모든 신문이 다룬 ‘아멘코너’를 한국일보는 ‘11~13번 홀’이라고만 했다. 경쟁지는 그래픽과 함께 인디언 무덤과 얽힌 전설까지 소개했다. ‘자원의 저주 라틴아메리카’는 칠레와 볼리비아, 페루를 다루었으나 지도에는 세 나라가 명기돼 있지 않다. 한진그룹 기사에는 ‘KCGI’가 나오는데 기사 말미에 설명해주는 코너가 필요하다.

재난 보도가 자극적이다. ‘강풍에 솟구친 불기둥, 20분 만에 마을 삼켰다’(4월6일자)에서 ‘혈전을 치른 전쟁터’ ‘불씨를 맞은 참새가 떨어져 죽기도 했다’고 표현했는데 확인하고 쓴 기사인가. 프랑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4월17일자)는 침착하다. 외신의 재난기사에 비해 국내 재난기사는 과하게 흥분한다. ‘20代 보수화로 이탈? 與가 기득권 진보 된 탓!’(4월10일자)는 집권당의 아픈 부분을 잘 지적했다. 이런 부분을 가지고 정치권에 크게 문제 제기를 하면 어떤가. 하루 비판하고 지나가는 기사는 힘이 없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기사는 다른 신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다. ‘印尼 한인 업체 체불임금 해결 물꼬’(4월15일자)는 문제 제기부터 해결되기까지 전 과정을 보도했다. 문제 제기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철저한 조사’를 공개 언급했는데 그런 사례는 금년 들어 처음이었다. 전면을 할애하는 기사들이 많아지는데 쉽게 읽히도록 편집에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좋은 컨텐츠를 잘 전달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황동일

‘내가 잘 아는 우리 엄마, 그러나 내가 몰랐던 한 여자’(4월13일자)는 구술사에 관한 기사다. 구술사 장르는 제 목소리를 못 내는 소수자, 약자들을 위한 기록의 투쟁이고 기억의 투쟁이다. 한국일보는 약자, 소수자에 대한 지면 배려가 돋보인다. 촛불혁명이라는 정치혁명 이후로 젠더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여성 독자를 위한 전략적인 배려와 배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 성남시 프리미엄 복지의 명암’(4월16일자)에서 보편복지 문제는 굉장히 민감하고 근본적인 문제인데 예단을 가지고 썼다. 보편ㆍ선별 복지 논쟁을 다룰 때는 섬세하고 치밀해야 한다.

이민규

‘삶도’ ‘여행’ 지면은 펼치면 전체가 보인다. 통편집은 종이 신문을 보는 맛인데 앞으로도 이런 특성을 잘 살려주길 바란다. ‘논담’에서 코넬대 시드리 태로 교수와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의 대담이 심층적이고 시의 적절했다. 주요 내용을 짤방으로 만들거나 유튜브로 소개해도 좋겠다. ‘2015~2016년 정호성 문자 1000여건 단독 입수’(4월16일자)는 1면에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청탁을 한 사람과 한을 품은 사람 등 다양한데 그 당시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강원 산불 보도가 통신에 의존하고 기사 내용도 현장 중심이 아니다. 화마를 당한 사람, 중요한 현장 이야기가 많이 없었다. 재난보도 매뉴얼을 만들어 훈련하는 트레이닝도 필요하다. 지면에 먹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특파원 기사뿐만이 아니라 칼럼에까지 먹는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칼럼이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힘이 없다. 노령화, 소수자, 여성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김경훈 로이터통신 기자가 2019년 퓰리처상 사진분야에서 수상했다. 미국 언론에는 한국인 사진기자가 많고 그 DNA가 훌륭하다. 이 분야 대부인 에드워드 김(김희중) 전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장을 비롯, 한국인 사진기자들을 종합 조망했으면 한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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