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101’)에 출연했던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 윤서빈이 끝내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했다.
지난 3일 첫 방송 된 ‘프듀X101’에서는 101명 출연 연습생들의 첫 등장과 기획사별 등급 평가 무대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국내 대형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의 등장이었다. 특히 JYP 소속 연습생으로 유일하게 출연한 윤서빈은 현장의 연습생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여기에 윤서빈은 기획사별 등급평가 전 진행된 1위 의자 쟁탈전에서 최종 승자가 되며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것은 물론, 방송 말미 1분 단독 PR 영상이 공개되는 베네핏을 얻기도 했다.
훈훈한 외모에 다분한 끼, 탄탄한 소속사 파워까지 더해져 ‘꽃길’을 걸을 일만 남은 듯 했던 윤서빈은 첫 방송 후 이틀 만에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역대 ‘프듀’ 시리즈에서 늘 논란이 일어왔던 ‘연습생 과거 문제’가 또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면서다.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윤서빈이 과거 지역 내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문제아였다는 주장과 함께 ‘일진설’ ‘학폭설’(학교 폭력 가해자설) 등이 제기됐다. 해당 게시물 최초 작성자는 주장의 증거로 윤서빈의 과거 사진들을 함께 공개했고, 공개된 사진 속에는 윤서빈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겨 충격을 자아냈다. 또 해당 게시물에서는 윤서빈이 학창시절 당시엔 이름이 윤병휘였으나, 이후 개명해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빠르게 확산되며 약 사흘간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직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 표명은 늦어졌고, 여론은 ‘윤서빈의 프듀X101 퇴출 요구’가 나올 정도로 악화됐다. JYP 측의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프듀X101’ 측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엠넷 측 관계자는 앞서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논란 이후 거취 결정에 따라 한 연습생의 인생이 좌우될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할 듯 하다”며 “다방면으로 소속사와 제작진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라고 결정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끝내 8일 오전 JYP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현재 ‘프듀X101’에 출연 중인 윤서빈 군과 연습생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윤서빈은) 해당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하게 됐다”고 밝혔다.
‘프듀X101’ 측은 윤서빈의 하차 때문에 오는 10일 예정된 2회 방송부터 대폭 편집에 들어가야 할 전망이다. 이날 엠넷 측 관계자는 본지에 “윤서빈이 최종 하차함에 따라 윤서빈의 등급 평가 무대는 편집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외에 녹화를 마친 경연 무대의 경우 다른 연습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윤서빈의 분량을 편집하는 방향으로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연 무대의 경우 타 연습생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특성상 윤서빈의 분량 통편집은 어렵다는 것이 엠넷 측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현재 편집 방향에 대한 제작진의 의사는 분명하다. 한 연습생의 하차로 인해 다른 연습생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방침”이라며 남은 연습생들의 분량에 영향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첫 방송을 앞두고 열렸던 ‘프듀X101’ 제작발표회 당시 안준영 PD는 매 시즌 논란을 빚어왔던 연습생들의 과거 논란을 막기 위한 인성 검증에 대한 질문에 “연습생에게 두 번, 기획사에게 한 번, 총 세 번의 미팅을 거치며 사생활 침해를 피하는 선에서 제작진이 할 수 있는 한 노력을 했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1회만에 또 다시 ‘프듀X101’이 ‘연습생 과거 논란’이라는 산을 맞닥뜨리며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검증 능력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출연 연습생의 과거사 논란을 제작진과 프로그램의 탓으로 돌려야 할 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공인도 아닌 일반인 신분의 연습생들의 과거사를 완벽하게 파악해 논란을 미리 예방하기엔 제작진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고작 연습생 본인의 이야기와 소속사의 증언뿐이기 때문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안 PD가 말했듯 일반인 연습생의 과거사를 파악하기 위해 SNS를 염탐해 ‘사찰’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프듀’ 시리즈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이런 논란들은 반복될 것이다. 그 때 마다 “세 번의 미팅을 거쳤고, 사생활 사찰을 피하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제작진의 해명에 모든 잘못을 출연자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프듀’가 ‘고질병’이라는 오명을 벗고 이 같은 논란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방식을 탈피한 실질적인 출연자 검증 방안의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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