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불법증식 적발
처벌은 고작 벌금 200만원
“곰 샤브샤브 곰 사시미 곰발바닥 웅담주 코스요리로 모십니다”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가가 지난해 인터넷 카페에 올린 홍보 글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조사한 결과 이 농가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곰 32마리를 불법 증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이 농장을 네 차례 고발했지만 처벌이 약해 불법 증식으로 돈벌이에 나선 농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
현장을 조사한 녹색연합은 7일 “경기 용인의 사육곰 농가에서 2016년부터 웅담 채취용 사육곰에서 전시관람용으로 전환한 반달가슴곰을 지속해서 불법 증식 해왔다”고 밝혔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종이어서 전시관람용으로 전환한 곰을 인공 증식하려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해당 농가는 2014년 웅담 채취용 사육곰 중 22마리를 전시관람용으로 전환했는데, 허가도 받지 않은 채 2016년 6마리, 이듬해 9마리, 지난해 8마리, 올해 10마리를 불법 증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웅담 채취 등을 위한 곰 사육을 중단시키기 위해 2014~2016년까지 사육 곰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 사업을 벌였다. 당시 농가 소득 급감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일부 곰을 중성화 수술 대신 전시관람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같은 조치를 악용해 불법 증식한 것이다.
이 농가는 지난해 온라인 카페에 곰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홍보 글을 올렸고, 올 초에도 웅담 판매과 곰 고기를 제공한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에선 웅담 채취를 용인하고 있지만 판매 광고는 불법이고, 웅담 이외의 곰 고기 판매는 불법이다.
환경부는 해당 농장에 대해 현장 점검 후 위법사항을 적발해 농장주를 4차까지 고발한 상태지만 그외 별다른 규제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에 따라 불법 증식한 곰을 몰수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몰수한다 해도 곰을 보호하고 관리할 시설이 없어 법원이 몰수 판결을 내리기도 어렵다.
녹색연합은 그러나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솜방망이 처벌 조항이 불법 증식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0조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 불법 인공증식에 대한 최고형은 징역 1년 또는 벌금형 1,000만원에 불과하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농가의 2016년 첫 불법 증식에 대한 법원 판결은 200만원 벌금형이 전부였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현행 법은 처벌수위가 낮아 가중처벌 조항을 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농장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보호시설 설립과 사육곰에 대한 관리ㆍ감독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