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임기를 약 한 달을 남겨두고 차기 협회장 후보로 업계나 관료 출신을 막론하고 10명 가까운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통상 서너 명이 경쟁해온 여신협회장 선거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자칫 선거 과열이 우려되는 이러한 상황은 관료 출신 인사들의 금융권 협회장 도전이 부쩍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에선 관 출신 후보군에 대해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로비력’을 발휘해줄 거란 기대와 과거의 실망스러운 행보를 반복할 거란 경계심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선거 한달 전인데 10명 가까이 하마평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 임기가 오는 6월 15일로 끝나는 가운데 제12대 여신협회장 후보에 10명 가까운 금융권 인사들이 자천타천 언급되고 있다. 관 출신 인사로는 저축은행중앙회장을 지낸 최규연 전 조달청장,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이기연 전 여신협회 부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민간 출신으로는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사장, 정해붕 전 하나카드 사장, 박지우 전 KB캐피탈 사장,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의 출사표가 예상된다.
여신협회장 자리에 하마평이 이렇게까지 무성한 건 이례적이다. 앞선 선거 사례만 봐도 통상 4명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협회장 후보가 물망에 올랐다. 현임 11대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선 김 회장과 황록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 이렇게 두 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실제 선거도 두 사람만 입후보한 채 진행됐다.
이러한 후보 난립은 관 출신들의 도전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위 공직자 재취업이 예전만큼 쉽지 않자 차라리 선거를 통해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금융업계 협회장 자리를 노린다는 것이다. 연초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에 관료 출신이 3명이나 출마해 금융업계 출신 4명과 경합하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적 대우도 한몫한다. 여신협회장 연봉은 약 4억원으로, 공공기관장 중 연봉이 가장 높은 한국투자공사 사장(지난해 기준 4억1,715만원)에 버금간다. 퇴직 공무원 입장에선 웬만한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관 출신 회장 대한 기대-불신 공존
여신업계에서는 관 출신의 도전을 마냥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수료 인하 압박과 간편 결제시장 등장으로 날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업계 입장에선 이러한 위기 상황을 돌파해낼 협회장 선출을 고대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대관 업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관 출신 후보에게 유리할 법한 상황이지만, 분위기가 꼭 그렇진 않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퇴직 후 재취업용으로 협회장을 고려하는 관 출신은 사절”이라며 “협회장은 업계의 고민과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이런 점에서 업계(민간) 출신 인물이 관 출신보다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여신업계는 민관 출신 협회장을 모두 겪었지만 관 출신 협회장에 대한 평가가 유독 좋지 않다. 특히 금융당국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해 카드업계 수익성을 악화시킨 결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통과(2012년) 당시 협회장이 금융당국 출신이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시 회장은 업계 요구를 관철하기보다는 당국의 논리에 더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관 출신 회장에게 기대하는 건 공무원 인맥을 통해 업계 이해를 관철시키는 것인데, 역대 관 출신 협회장 중 이런 역할에 부응한 이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협회장은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입후보자 중 최종 후보 1명을 선출한 뒤 회원사 총회에서 찬반 투표에 부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여신협회는 오는 15일부터 열흘가량 후보 공모를 받고, 공모가 완료되는대로 회추위를 열 계획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하마평이 도는 분들이 모두 후보로 등록한다면 회추위를 2번 열어야 할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12대 회장 선출이 11대 회장 임기 만료일(6월 15일)보다 늦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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