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에 어머니를 여읜 친구한테서 또 부고가 왔는데 부친상이었다. 몇 달 간격으로 부모를 다 보냈으니 상심이 얼마나 컸을까. 부친에게 지병은 없었고 단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기운이 쇠잔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셨다고 한다. 문상 온 친구들은 “그래, 그러셨을 거야”라며 위로했다.

살아가면서 이런 황망한 부고를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좀 뭐한 이야기지만, 아내와 사별한 남자가 그렇지 않은 남자보다 일찍 사망한다는 건 통계적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2017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2010년 기준, 인구 1000명당)가 있다. 상처한 남자는 사망률이 4.2배(13.3명)나 높았다. 이혼한 남성도 2.7배 높게 나왔다. 반면 남편과 사별한 아내는 2.8배 정도 높았다. 그 차이가 많이 컸다.

왜 그럴까. 남편들은 아내가 곁에 있을 때 누리는 정서적·신체적 이익, 즉 결혼의 보호 효과가 아내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하고 아내가 주로 살림을 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그 정도가 훨씬 크다고 한다.

망자에겐 송구했지만, 화제가 은퇴 후의 남편 생존법에서 자연스레 아내의 잔소리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누군가가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걸 말했다. 16~17세기 네덜란드는 북해의 청어 잡이로 막강한 부를 쌓았는데, 청어를 수조에 넣어 육지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많이 죽었다. 그런데 수조 안에 청어보다 덩치가 큰 바다메기를 넣었더니 청어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활발하게 헤엄을 쳐대 대다수가 싱싱하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가혹한 환경 요인이 오히려 문명의 발전을 촉발할 때 인용되는 말이다. ‘상어 효과’라는 비슷한 말도 있다.

“그럼 우리가 메기란 말입니까?”라고 아내분들이 항의한다면 죄송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크산티페(소크라테스의 악처)가 연상이 된다. 악처는 남자를 위대한 철학자로 만든다고 하지 않았는가.

언젠가 TV에 ‘듣기 싫은 아내의 잔소리 베스트 5’가 나온 적이 있다. 1위는 뭐였을까? “앉아서 오줌을 누든지 정조준 하세요”도 아니고, 방귀는 소리 안 나게 뀌시고 양말은 뒤집어 놓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 1위는 그냥 “여보!!!”였다. (느낌표를 세 개 붙였으니 그 억양과 강도로 상상해 볼 일이다.) 물론 정말 남편들이 싫어하는 한 방이 있긴 하다. “남들처럼 돈이나 많이 벌어다주고 그러면 또 몰라~.”

“여보!!!”라는 부름은 집에서나마 다리 쭉 뻗고 마음 편히 지내고 싶은 남편들을 바짝 긴장하게 한다. 그런데 (개인적 판단이지만) 듣기 싫은 잔소리도 있지만 결국은 대체로 득으로 돌아오는 게 더 많다. 한 친구는 아내 성화에 견디다 못해 5년 만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큰 용종을 다섯 개나 뗐다고 털어놨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이 시대 남편들에게 고한다. 수조 속에서 팔팔하게 살아남으려면 삼식이 소리 듣지 말고 청어처럼 열심히 헤엄치시라. 과부는 잘도 사는데 홀아비는 심지어 일찍 간다는 걸 기억해라. 아내의 지겨운 잔소리도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 올 것이다.

요즘 졸혼(卒婚)을 했다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2010년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아내들이여! 남편에게 보약 먹일 생각 하지 말고 잔소리 끊겠다는 생각부터 하라. 그 순간부터 온 집안에 사랑과 활기가 넘칠 것이다.” 그러자 심상정 의원님이 바로 댓글을 다셨다. “남편들이여! 아내 말씀 받들어 인생에 손해 볼 일 없도다. 잔소리를 보약으로 생각하시라.”

이 사회에서 명망이 있던 어느 분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것은 아내에게 평생 꼬리 내리며 살아온 겁니다.”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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