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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시흥 일가족 4명 극단적 선택...사회적 안전망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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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시흥 일가족 4명 극단적 선택...사회적 안전망 미비?

입력
2019.05.06 17:32
수정
2019.05.0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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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경찰서 로고. 연합뉴스
시흥경찰서 로고. 연합뉴스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린이 날 시흥 일가족 4명의 극단적 선택을 수사 중인 경기 시흥경찰서 한 관계자의 말이다.

채무 부담을 느낀 A(35)씨는 부인(35)·아들(4)·딸(2)과 함께 5일 오전 4시 15분쯤 경기 시흥시 은행동의 한 농로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관계자는 “유가족들은 A씨가 개인파산을 신청했다고 하지만 월 80만원씩 변제한 것을 보면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한 것 같다”며 “파산이 아닌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는 것은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개인회생보다는 개인파산이 덜 부담이 됐을 텐데,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시흥서 관계자의 말처럼 A씨가 개인파산을 신청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까.

A씨의 개인회생에 대한 사실관계가 좀 더 확인돼야 하지만 A씨는 개인파산 대상이 거의 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개인회생 절차 중 일부 지원제도를 인정받아 채무 변제액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는 대상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우선 A씨는 사체 5,000만원과 장모로부터 빌린 2,000만원 등 모두 7,000여 만원 상당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확인됐다. A씨는 결혼 직후 5,000만원에 대한 개인회생절차를 신청, 매월 급여에서 80만원씩 채무를 변제해 왔다.

하지만 A씨는 한 달 전, 부인은 3개월 전 회사를 그만뒀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 개인파산회생특별위원인 백명재 변호사는 “(A씨가 보편적 기준에 맞다는 전제하에) 개인파산 도입 초기였다면 A씨는 파산신청을 받아 재기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요건이 강화돼 A씨처럼 나이가 어리고, 채무도 적은 경우에는 개인파산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파산 및 회생 등이 도입된 이후 빚을 탕감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5억 미만인 경우 50세 이상, 장애인 등에 한 해서만 법원이 개인파산을 인정하고 있다. A씨가 개인회생을 선택한 이유로 추측된다.

다만 백 변호사는 A씨가 일부 조항에서 인정을 받았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수 있다고 했다. 개인회생 절차 중 채무 변제액을 낮출 수 있는 추가생계비 지원 등 일부 조항이 있는데 대부분의 법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회생 절차 중 4인 가족 기준소득의 70% 미만인 경우에는 추가생계비, 아이들 학원비, 병원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조문이 있는데 지방법원에서는 이마저도 거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A씨가 이를 신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이를 알고 신청해 인정받았다면 추가생계비(40만원)는 지원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는 채무변제 금액이 너무 부담돼 결국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각각의 사례를 구별해 적극적으로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1393, 정신건강상담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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