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자산운용시장에서 쓰임새가 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는 투자자가 금융사 직원을 만나지 않고도 자산운용전략을 짤 수 있어 각광받는 투자기법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지침인 ‘투자일임업 모범규준’은 투자자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을 체결 시 계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만 계약이 이뤄지도록 규제하고 있다.
취지는 좋았지만 이런 절차가 요식 행위로 전락해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위원회는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다음달부터는 형식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도 개인 투자자가 온라인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1,100여건에 달하는 금융규제를 다음달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기로 했다. 특히 모범규준 등 행정지도라는 명목으로 명시적인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던 ‘그림자 규제’가 대거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 3일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규제혁신 통합추진회의’를 열고 이 같은 규제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고 6일 밝혔다. 금융위는 법령이나 고시에 명시돼 있는 기존 규제 789건의 경우 ‘기존규제정비위원회’를 통해 개선하고, 행정지도(39건)와 자율규제(282건)는 옴부즈만이나 ‘그림자규제 혁신회의’를 통해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비명시적 규제에 해당하는 행정지도 39건 중 30건(77%)을 단계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투자일임업 모범규준 등 8건은 다음달까지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행정지도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건전성 제고와 소비자 보호 등 행정 목적을 위해 금융사의 자발적인 협조에 기초해 경영이나 영업활동을 규제하는 조치다. 금융사가 따르지 않더라도 강제할 근거는 없지만 현실에서는 명시적 규제 못지 않게 구속력이 있었다.
그림자 규제들은 필요성이 없으면 폐지를 원칙으로 하되, 일부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법제화를 통해 명시적 규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다만 존치가 필요한 규제들은 정부가 그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금융위는 2분기에는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고치기 위해 ‘핀테크 규제개혁 종합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규제는 한 번 만들어지면 수많은 이해관계가 형성돼 폐지ㆍ개선 입장이 극명히 나뉜다”며 “규제혁신 노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인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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