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임대할 때 월세나 전세 방식이 대부분인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에서는 1년치 집세를 한꺼번에 선불로 지불하는 연세가 보편적이다. 1년치 집세를 목돈으로 집주인에게 한꺼번에 지불하면 돈이 없어진다 해서 ‘죽어지는 세’, 혹은 ‘죽는 세’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제주에도 전세나 반전세, 월세 등도 있지만 집주인들이 꺼리기 때문에 ‘죽어지는 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매달마다 세를 받아야 하는 껄끄러움을 없애는 것은 물론 제주의 전통적인 이사철인 신구간(대한 후 5일부터 입춘 3일 전까지)에 집중적으로 이사를 했던 만큼, 이 시기에 집세로 1년치를 한 번에 지불하면서 제주만의 독특한 임대 문화가 형성됐다. 실제로 2017년 기준 제주지역 주택현황을 보면 자가가 59.1%로 가장 많고, 두번째로 연ㆍ월세가구가 28.6%, 무상 9.1%, 전세 3.3% 순이다. 연ㆍ월세 중에서도 사글세와 월세는 각각 4.9%와 8.1%에 불과한 반면 연세는 16.6%를 차지할 정도로 '연세'가 많다.
제주도는 현재 전국적으로 쓰이고 있는 주택임대차계약서를 제주 특유의 주택 임대 문화를 반영해 '제주형 주택임대차계약서'를 새롭게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제주에서 주로 연세로 계약이 이뤄지면서, 월세를 기준으로 설계된 표준임대차계약서 이용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집주인과 임대자간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새로 마련된 ‘제주형 주택임대차계약서’는 공인중개사협회, 고문변호사, 법무담당관실 등의 의견을 받아 마련된 초안을 마련했다. 이어 심의 과정을 거쳐 법무담당부서의 최종 의견을 수렴ㆍ확정해 이달 중 공인중개사협회와 행정시 민원실, 각 읍면동에 배포하고, 제주도 누리집에도 게시해 필요한 도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양문 도 도시건설국장은 “보급형 표준임대차계약서는 월세를 기준으로 설계돼 연세 계약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등 주거 분쟁으로 이어지는 한계가 있어왔다”며 “이같은 한계를 이번에 마련한 ‘제주형 주택임대차계약서’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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