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현지시간) 콜롬비아의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만나 “동북아시아의 화약고였던 한반도가 세계를 향해 평화를 발신할 수 있기를 갈망한다”며 “그것이 여러분의 헌신에 대한 보답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내 호텔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오찬 간담회를 열고 “지금 한국 정부는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국제사회와 함께 모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때로 곡절이 있더라도 한국은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분이 평화의 길에 늘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일한 나라로, 콜롬비아 참전 용사 중 213명이 실종ㆍ전사했고 56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총리는 “참전용사들은 위치도, 이름도 모르는 한국까지 가셔서 중공군과 치열하게 격전을 벌이셨고 피란민의 탈출도 도우셨다”며 “그 피란민 가운데는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의 부모님도 계셨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를 지켰고, 오늘의 발전을 이뤘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다음 아직 수습되지 않은 참전용사 유해의 발굴을 약속했다.
간담회에는 에피파뇨 로드리게스 사병회장, 더글라스 포레로 참전용사후손회 회장 등 참전용사와 후손 등 40여명이 함께 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병들은 군복 차림으로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목에는 훈장을 걸고 행사에 참석했다. 기제르모 로드리게스 장교회장은 참전용사들을 대표해 “당시 저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다”며 “수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싸웠던 젊은이들을 잊지 않고 아직까지 기억해주시는 한국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콜롬비아 내전 피해 상이군경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콜롬비아 정부가 공동 건립한 보고타 한ㆍ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도 방문했다. 이 총리는 센터 내 잔디밭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기념석과 함께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의미에서 ‘숭고한 사랑’이라는 꽃말의 목련(매그놀리아) 나무를 심었다. 한국전쟁 기간인 1952년 1월에 태어난 이 총리는 “한국전 당시 16개 유엔 참전국 가운데 콜롬비아 군인들이 가장 용감하고 자랑스러웠다는 것은 한국인들도 알고 있다”며 “유엔군이 북한을 탈출한 피란민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한국 대통령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유엔군이 최전방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저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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