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3월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규제입증책임전환 추진계획과 시범실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3%)을 하면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바뀌고 있다. 물론 반도체 수출 부진과 정부지출의 감소, 시설투자의 감소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문제의 근원지는 고립되어 기형적인 정책을 양산하는 정부와 국회에 있다. 그것은 당연히 규제 장벽이다. 작년 11월 말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토퍼 유럽상의 총장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갈라파고스 규제국가”라고 한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한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3월20일 홍남기 부총리의 경제 현안 보고에서 규제가 왜 필요한지 정부가 입증하지 못하면 자동 폐지되는 기획재정부의 ‘규제입증 책임 전환’ 시범사업의 확산을 지시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을 거쳐 국회 상임위와 입법예고, 시행령 등 최소한 2~3년이 걸리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절차와 중복적 검증과정은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발빠른 대처와 혁신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당장 해도 늦은데 아직도 우리 시계는 더디게 간다.

규제의 대표선수인 ‘개망신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은 상임위인 정무위와 과학기술방송통신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는 9월 이후부터는 총선 이후로 또 다시 미루어 질 게 틀림없다. 최근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세계에서 보기 드문 갈라파고스 국회는 오로지 금배지 다시 달기에 올인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소프트뱅크, 삼성 등 IT기업이 모두 자율주행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표준을 주도하려는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중국의 화웨이는 5G 시장의 구체적인 모습을 자율주행 스마트카 플랫폼 구축으로 보여주고 있다. 5G를 먼저 개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눈과 귀를 닫고 작은 한 지붕 세 가족, 네 가족 간의 밥그릇 싸움과 룰 정하기 게임에 몰두하는 국회와, 단절된 부처의 파편화된 정책과 중복규제는 마치 사막의 개미탑과 같은 형상을 떠오르게 한다. 타액과 배설물을 혼합해 만들어진 3미터에 달하는 개미탑은 콘크리트만큼이나 단단하다.

일례로 수소차든 전기차든 미래형 자동차의 진짜 모습은 이 새로운 이동수단(모빌리티)에서 창조되는 엔터테인먼트, 금융서비스, 의료건강, 쇼핑, 통신 등 다양한 융합비즈니스 생태계의 탄생이다. 왜 달리는 자동차의 연료 효율성에만 매달리는가? 상상력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와 편리함을 구비한 컨셉과 맞춤형 서비스가 없이 달리기만 하는 자동차를 구매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정책에는 민간, 글로벌트렌드, 시민(소비자)이 보이지 않는다. 민간에서는 이미 국산 전기차가 760㎞를 가고 있는데 아직 시장도 형성되지 않은 수소차 만든다고 국회와 정부가 함께 과거의 하드웨어적 사고와 규제의 틀 안에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사막의 개미탑과 같이 단단하고 고립된 생각으로는 이미 한 참 진행된 거대한 변화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고립된 섬에서 빨리 탈출하여 거대한 변화의 본류에 합류하는 것이다.

명승환 인하대 교수ㆍ전 한국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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