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씨가 지난해 3월 봉은사 일요법회강연을 끝낸 후 그가 3권으로 완간한 '도마복음 한글역주'를 할인 판매하며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칼럼에서 도올 김용옥 박사의 ‘불통’을 지적했다. 사실 불통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는 스스로 거대 권력이 되었음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공중파에 나온 김 박사의 발언에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사실 일본에 대한 과도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김 박사는 과거 청일·러일·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이 여전히 “세계 정복의 집념에 불타고 있다”면서 한국에 가장 두려운 것이 일본이라고 했다. 일본이든 어떤 나라든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견제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중국 국방비는 이미 일본의 5배다. 북한은 도쿄를 사정권에 둔 핵무기를 갖고 있다. 러시아는 연일 신형 핵무기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 정복”에 나선다면 돈이 필요하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2.4배로 세계 1위다. 인구의 4분의 1이 65세 이상 노령자여서 연금과 의료비 압박에 허덕이고 있다. 무슨 돈으로 “세계 정복”인가?

김 박사는 일본이 제기하는 위협의 근거를 일본의 ‘과거’에서 찾는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과거’도 우리에겐 위협적이다.

한국전쟁 당시 약 220만명의 조선인이 사망, 실종했다. 그러나 중국은 6·25 참전에 대해 사과는 커녕 오히려 정당화하고 있다. 북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6·25는 물론, 무장공비 침투나 테러에 대해 사과는 없다. 1983년 소련은 한국 민항기를 격추시켜, 269명 탑승인원을 몰살시켰다.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지금껏 공식 사과가 없다.

위협을 옳게 평가하려면 ‘현재’도 보아야 한다. 현재 중국에는 선거가 없다. 소수민족 탄압 의혹도 있다. 북한에선 지도자를 비판하면 정치범 수용소로 간다. 러시아에선 언론인들이 의문의 피살을 당하고 있다.

일본에선 일개 기자가 재무상에게 공개 직격탄을 날린다.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장 같은 관방장관이 하루에 두번씩 기자회견도 한다. 선거가 있고, 복수 정당이 경쟁한다.

한일 갈등, 물론 있다. 그러나 작년 한일 교역량이 850억달러, 일본행 한국 관광객이 750만명이다. 양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한미일 연계는 우리 안보정책의 근간이다.

도대체 김 박사는 무슨 근거로 우리의 최대 안보 위협이 일본이라 하고 일본이 “세계 정복”을 꾀한다고 주장하나? 김 박사는 무슨 자격으로 전국민에게 억지를 강변하나? 김 박사는 외교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제정치 전문가도 아니다. 그러면 정책 문제에 대해 국민들을 지도할 만한 남다른 배경이나 경력이라도 있나?

김 박사는 일제 시대 천안 대부호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당시 조선에서 의사였다. 하지만 김 박사 집안에서 창씨개명은 했지만 독립운동을 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김 박사는 태권도에 능하고 철봉도 잘 탄다고 시연까지 보여주면서 막상 젊어서는 몸이 아파 군대를 못 갔다. 병역미필이다. 대한민국이 유신 독재에 신음하던 때에 김 박사는 외국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전두환 독재에 저항하는 고려대 교수들이 연판장을 돌렸을 때는 서명을 거부했다. 김 박사의 자녀들은 비싼 외국의 사립학교를 나왔다. 자녀들 결혼식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싸다는 호텔 대형 식장에서 과시적으로 했다.

김 박사의 연구 업적과 살아온 배경을 보았을 때, 현재 우리 외교에 대해 자신의 주장으로 국민들을 지도할 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해방후 한국사회의 전형적 지식인 사회지도층과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김 박사는 그의 독설과 광대적 몸짓에 박수치는 대중의 환호 속에 오만과 독선에 빠져 들고 있다. 지식도 권력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더 이상 김 박사가 지식의 이름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억지를 부리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권력이 된 철학자 김용옥의 말과 행동은 이제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