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얘기하고 싶다”고 제안한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일 간 현안으로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언젠가 아베 총리와도 만날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언급을 하노이 회담 직후 전화통화에서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은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대부분의 시간이 북한 비핵화 논의에 사용됐고 납치문제에 관한 논의는 단시간에 그친 점을 들어 “김 위원장이 납치문제 해결에 의욕을 갖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와 아베 총리의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제안은 김 위원장의 진의를 탐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 측은 “김 위원장이 ‘납치문제는 해결이 끝난 상태’라는 기존의 인식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포인트가 있다”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제안 외에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도 납치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납치문제 담당장관을 겸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는 9~12일 나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9일 워싱턴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난 뒤 1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납치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이다. 관방장관의 해외 방문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스가 장관이 납치문제 해결과 관련, 북한 측과 접촉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납치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横田めぐみㆍ납치 당시 13세)의 동생인 요코다 다쿠야(横田拓也)를 포함한 납치피해자 가족들도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허드슨연구소와 일본 정부가 공동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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