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에 충격을 받았으며 측근들에게 “벌에 쏘인 것처럼 쓰리고 아프다”고 말했다는 뉴욕타임스(NYT) 기자의 전언이 나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패배의 책임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있다며 그를 비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터 베이커 NYT 기자는 2017년에 쓴 저서 ‘오바마: 역사의 부름’에 대선 직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심경을 담은 장을 추가해 다음주에 새로운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미국 CNN방송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이커 기자는 이 책에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대해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낀 것으로 묘사했다고 CNN은 전했다.
베이커 기자의 저서에 따르면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으며,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출마를 말렸을 정도로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확신했던 만큼 유권자들의 선택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의 유권자가 TV 리얼리티쇼의 스타 출신인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베이커 기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선거 패배의 진정한 책임이 힐러리 후보에게 있다고 봤다”면서 “그들은 힐러리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중에 쌓은 확고한 업적과 건전한 경제를 승리의 메시지로 옮겨내지 못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베이커 기자는 이어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이틀 후인 2016년 11월 1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처음 만난 날에 대해서도 기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기자들에게 “격려 받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였다고 베이커 기자는 적었다. 당일 회동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내내 자신이 거대한 인파를 끌어모았고,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게 할 수 있지만 힐러리 후보는 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참모들에게 “우리가 틀렸다면 어떡하냐”거나 “우리가 너무 과하게 밀어붙였을지도 모른다”는 등 재임 기간 자신의 진보적 접근법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가끔 나는 내가 10년이나 20년 너무 빨리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베이커 기자는 썼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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