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대응에 “축소 의도” 의혹도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정체를 발표했다가 뒤집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볼 수 있는 발사체가 발사된 사실에 대해선 알리지 않다가 하루 뒤에 공개하는 등 석연찮은 대응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오전 9시 24분 “오늘 오전 9시 6분경 호도반도 일대에서 불상 단거리 미사일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참은 40여분이 지난 오전 10시 5분 북한이 쏜 기종을 단거리 미사일에서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국제사회의 비난 가능성이 높은 미사일 대신 발사체라는 중립적이고 신중한 용어로 바꾼 것이다.
물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와 함께 240ㆍ300㎜ 방사포를 섞어 쐈기 때문에 분석 과정에서 혼선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신속히 정보를 전달하려다 보니 성급하게 발표가 됐고, 발사체들이 혼재해 있어 신중한 분석을 위해 이를 ‘발사체’나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 이날 오후 4시쯤 국회 정보위 긴급 보고를 통해 “이번 발사체는 발사고도가 낮고 거리가 짧아서 미사일일 가능성은 작다”고 말한 점에 비춰 초기 분석 과정에서 미사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적 관측이 섞여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일 240ㆍ300㎜ 방사포와 함께 북한 전술유도무기라고 지칭한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솟아오르는 사진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합참이 오전 10시가 지나 북한이 추가로 쏜 발사체에 대해선 발사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열병식 때 북한이 공개한 것과 외형이 유사하지만 실제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해명했지만, 기본적인 팩트마저 누락한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군 당국은 5일에도 탄도미사일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판단을 유보했다. 북한이 추가 발사한 전술유도무기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발사를 금지한 탄도미사일이라면 제재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날 추가 발사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당장 쏟아질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축소 발표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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