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발사 추정되지만 “전술유도무기” 주장… 판은 안 깨
농번기 5월에 이례적 군사 훈련 “안보 불안 내부 결속용” 분석도
북한이 동해상으로 쏘아 올린 단거리 발사체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반도 정세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다. 아울러 2ㆍ28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뒤 북미 간 냉각기가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내부 단속의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박아 놨음에도 미국은 별다른 태도 변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군사 행보는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유예)을 최대 치적으로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선 북한이 무력 시위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법하다.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공개하되, 전술유도무기라고 부르는 식으로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역시 미국과의 협상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전환될 때까지 무력 시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내부 결속 의도도 있어 보인다. 북미 협상의 공백이 길어짐에 따라 커질 수 있는 주민들의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방어 태세가 잘 갖춰져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북한 지도부가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예고 없이 불의에 조직한 화력타격훈련이 성과적으로 진행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셨다”는 김 위원장 발언을 전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농번기가 시작된 5월 초 재래식 전력의 대규모 훈련을 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안보에 대한 인민들의 우려를 축소하고, 군심 이반을 차단하는 등 내부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군사 행보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F-35A 등 한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군사적 대응 차원”(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이라거나 타격 가능한 거리에 주한미군이 있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북한의 무력 시위는 2018년 남북 해빙기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신호탄으로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함남 ‘금야강 2호 발전소’를 현지 지도했다고 전한 것은 군사와 경제를 동시에 챙기는 모습을 통해 여전히 경제 발전을 중시하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공군비행훈련을 진행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양어장을 방문했다. 발전소 시찰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자체의 힘으로 발전소를 일떠세우고 전기 생산을 정상화하려고 잡도리를 하고 있는 것은 평가할 만한 성과”라고 치하한 뒤, “무엇이든 도와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발전기와 변압기를 보내주리라 약속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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