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최근 9 거래일 동안 달러 당 무려 30원이 오른 끝에 지난 3일 1,1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년 3개월만의 최고치다. 지난 연말 환율이 1,116.00원이었으니, 올 들어 오른 환율 54원 중 절반 이상이 최근 단기 급등한 셈이다. 환율 급상승은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가 원인이다. 미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글로벌 달러 수요가 강화됐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 배당 송금 등 일시적 요인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요인을 감안해도 원화 하락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무역전쟁 영향을 받는 중국 위안화 환율이 최근 9 거래일 간 0.37% 상승한 데 비해서도 원화 환율 상승폭은 2.5%에 달해 훨씬 가팔랐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1분기 성장률과 5개월 연속 이어진 수출 감소 지표 등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킨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상승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동차 등 수출 품목에선 부진을 극복할 가격 경쟁력 회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수출 물량 자체가 줄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긍정적 효과보다 증시 등 금융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환차손 등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심화할 수 있고, 환투기성 거래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도 있다.
당국은 연휴 이후 환율 급등세의 지속 여부를 주시하면서 일단 급변동을 완화하는 ‘스무딩오퍼레이션(시장개입에 의한 미세조정)’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단기 처방으로서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거시경제 지표 악화에 따른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은 언제라도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조기 진화 조치가 필요하다. 경제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결연한 행동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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