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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막아라” 농장 철책 두르고 택배도 일일이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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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막아라” 농장 철책 두르고 택배도 일일이 검사

입력
2019.05.05 16:05
수정
2019.05.05 18: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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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속 돼지농가 방역 비상

2일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 위치한 돼지농장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최임재씨가 농장 경계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를 점검하고 있다. 괴산=고영권 기자
2일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 위치한 돼지농장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최임재씨가 농장 경계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를 점검하고 있다. 괴산=고영권 기자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서 5,000평 규모의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임재(51)씨는 올해 초부터 농장 주변에 멧돼지가 나타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숙주로 농장 내부로 유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일 농장에서 만난 최씨는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오거나 들고양이가 멧돼지 분변에 있는 바이러스를 옮길지 몰라 농장 경계 세워진 철책을 늘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유럽에서 발병하던 ASF가 본격적으로 아시아에 상륙하면서, 국내 농가들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ASF는 아직까지 개발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100%에 달해 감염 피해가 매우 큰 제1종 가축법정전염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SNS를 통해 "작은 행동을 모아 큰 불행을 막아내는, 우리 국민의 힘이 필요할 때"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유입 방지를 당부했을 정도다. 정부는 이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축산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항ㆍ항만 등 국경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돼지농장의 입구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고영권 기자
돼지농장의 입구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고영권 기자

농가에서도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유입될지 모르기 때문에 방역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북 괴산군의 양돈법인 엘디팜의 경우 농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의 택배까지 일일이 점검하는 등 해외 축산물 유입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괴산군청 관계자는 “중국인 입국자들이 들여온 소시지, 순대 등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속속 검출되는 등 국내에서도 ASF가 발병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과거 국내에서 빈발했던 구제역, 콜레라 등과 달리 ASF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질병이라는 점에서 농가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씨는 “구제역은 감염되면 입이나 발굽에 수포가 생기는 등 증상이 뚜렷해 조기 신고가 가능한데, ASF는 전조 증상이 잘 없고 바로 폐사로 이어진다고 들었다”면서 “구체적 실체는 없는데 ASF에 대한 공포만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중국 발병지와 인접한 북한에도 ASF가 번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북한 인접 지역 농가들은 더 큰 불안에 휩싸여 있다. 경기 포천시 신북면과 관인면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왕영일(57)씨는 “정부에서는 남북 경계 철책으로 감염된 멧돼지가 남하할 가능성은 적다고 하지만, 새나 들고양이 등 다른 야생동물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면서 “농장 전체에 담벼락이라도 쳐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특히 왕씨는 2010년 구제역 발생으로 2,000여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경험이 있어, ASF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다. 왕씨는 “ASF가 한번 국내에 유입되고 나면 바이러스가 계속 살아남아 토착화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농가에서는 ASF 발병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가 보다 강력한 바이러스 유입 차단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북한 접경지역 멧돼지 개체수 조절 △음식폐기물을 급여하는 잔반농장(260여곳) 금지 △불법 축산물 유입 과태료 상향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은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ASF가 발병했던 독일, 벨기에와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한 뒤 유럽 방역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ASF가 발병하면 농가뿐 아니라 가공업, 음식업 등 관련 산업까지 흔들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괴산=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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