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를 보는 관점은 기대와 공포로 엇갈린다. 인공지능은 연산 알고리즘의 최적화 기술일뿐 통제하며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초지능으로 발전하면 인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감도 만만치 않다. 반면 인간은 컴퓨터와 휴대폰 등의 발달로 전화번호 수십 개 정도만 외울 정도로 기억력이 감퇴했다. 물론 컴퓨터 등을 다루는 능력은 이전보다 좋아졌다. 과장된 공포라는 지적도 있지만 인공지능이 초래할 어두운 디스토피아(dystopia)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 이경민 서울대 의학과 교수는 공저 ‘공존과 지속’에서 인공지능이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을 능가하면 인간을 지배하고 노예화하리라는 전망이다. 둘째는 인간의 노동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위협으로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인간 노동의 가치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감소하면 생존마저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는 인간 능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인간의 정체성 위기다. 특히 지능만큼은 가장 뛰어나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던 인간의 자긍심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우려다.
□ 인공지능은 인간에 대해 모사·대체·증강하는 단계를 거치며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한다. 이 교수는 디스토피아를 예방하기 위해 우선 미래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소수의 특정집단이나 계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적인 시스템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인간이 인공지능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지능체계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디스토피아가 예상되는 분야에서 정책과 법ㆍ제도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점에 전문가들이 공감한다. 유럽연합 등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에 ‘킬 스위치(kill switch)’를 장착해 위기 때 급제동을 걸 수 있게 하자는 의회 결의안이 제출되는 등 각종 제도적 장치 마련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우리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 달 30일 인공지능과 데이터 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대비해 새로운 법체계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차원에서 ‘지능정보사회 법제도 포럼’을 창립했다. 인공지능 이슈가 우려와 담론에 머물지 않고 입법 등 구체적 결과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조재우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